애프터 안나
알렉스 레이크 지음, 문세원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아이 유괴를 소재로 한 심리스릴러다. 표지에 나온 ‘유괴한 딸이 돌아오는 순간, 끔찍한 악몽이 시작된다.’란 문구는 이 소설의 특징을 잘 표현한다. 실제 분량도 유괴와 그 이후가 비슷하다. 소설은 유괴된 이후 7일간과 아이가 돌아온 이후로 나누어서 진행된다. 유괴된 7일간은 엄마의 실수와 가정의 불화 등을 섬세하게 다룬 심리 묘사가 주 내용이고, 돌아온 이후는 이전까지 쌓였던 감정이 폭발하는 과정과 유괴의 숨겨진 비밀을 다룬다. 개인적으로 속도감 있게 읽은 것은 역시 후반부다. 예상한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정신없이 끝까지 달리게 된다.

 

표지의 광고 문구를 읽고 잠깐 착각한 부분도 있다. 분량을 잘못 예측한 것이다. 주된 내용이 유괴된 딸이 돌아온 이후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유괴된 7일간은 긴장감이 조금 부족했다. 줄리아 가족의 과거와 현실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부분과 줄리아의 실수를 두고 파고드는 언론과 SNS의 모습은 그렇게 낯선 장면이 아니었다. 다른 작품들에서 자주 보았기에 더욱 그런지 모르겠다. 딸의 실종 이후 몇몇 장면은 나의 정서와도 조금 동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실종을 유괴로 단정한 이후 벌어지는 상황과 이것을 둘러싼 감정은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아이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 구성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유괴된 7일 동안 유괴범의 행동과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매일 시작하는 도입부에 유괴범의 이야기가 나와 이 유괴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돈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부모에게 연락을 했을 것이고, 아이를 성매매나 다른 용도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면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이 유괴가 의도한 최종 목표가 누군지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모든 것을 위한 장치들이 유괴된 7일 동안 계속해서 이어진다. 진실은 아이가 돌아온 후 은밀하면서 재빠르게 진행된다.

 

줄리아는 초등학교 교사에 만족하는 남편이 불만이다.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야망이 없는 것이 계속 눈에 걸린다. 자신이 세운 기준에 남편 브라이언이 도달하지 못하자 이혼을 결심한다. 아이의 유괴는 바로 남편에게 이혼을 말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일어난다. 문제는 이혼전문변호사인 그녀가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에 늦었다는 것이다. 사전 연락도 없이. 언제나 아이들은 잠시 한 눈 파는 사이에 사고난다. 방심은 무슨 일을 불러올지 모른다. 아이는 사라졌고, 부모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화목한 가정이라면 부부가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으면서 이 상황을 이겨나가겠지만 이 부부는 이미 이혼을 결심한 상태다. 그들의 이 상황은 밖으로 드러나고 줄리아에게 더욱 나쁘게 작용한다.

 

언제나 조작된 진실은 사실 몇 개와 거짓으로 채워져 있다. 언론에 발표된 기사 내용과 SNS 내용들은 줄리아를 공격한다.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언론이 제공한 기사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무자격엄마라는 해시태그가 붙고, 사람들의 악평과 질시를 받는 존재로 전락한다. 모함이 가미된 게시글이지만 이전까지 그녀가 보여준 몇 가지 행동들은 완전히 그녀에게 감정이 이입되는 것을 차단한다. 어떤 대목에서는 현실적일 수 있지만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을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순간이 오는데 그것은 안나를 위한 그녀의 아주 처절한 행동 때문이다.

 

읽으면서 왜 범인은 안나를 돌려보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생겼다. 하지만 유괴 이후가 펼쳐지고, 하나의 가정을 세우면서 점점 사라졌다. 시어머니와 줄리아의 대결 구도로 바뀌면서 누구 더 착한 쪽인가 하는 의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시어머니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지만 줄리아 역시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부간의 첫 싸움은 누가 더 준비를 잘 했는가로 결판난다. 예상한 결과다. 하지만 반격이 바로 시작된다. 이 반격으로 법정스릴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했는데 빠르게 분위기가 바뀐다. 그리고 하나씩 나오는 숨겨진 과거는 공포를 느끼게 만든다. 읽으면서 계속 설마? 하고 생각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이 아쉬웠다. 깔끔한 맛은 있지만 두려움이란 강한 여운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심리스릴러를 좋아한다면, 길리언 플린을 좋아한다면 분명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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