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 소설Blue 4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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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우가 작년에 세계문학상을 받은 후 처음으로 낸 청소년 소설이다. 수상작인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쩌면 이전에 판타지 소설을 쓰던 시절과 조금 더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의 능력이나 이야기 구성이 그렇게 느껴졌다. 주인공 오자서가 보여준 싸움 능력과 마지막 싸움에서 보여준 잔혹한 장면은 일반적인 청소년 소설에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판타지의 주인공처럼 무적은 아니다. 그 당시 공부한 듯한 싸움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묘사되어 있어 더욱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트레스클리닉. 알기 쉬운 이름이다. 여기에 우수고란 학교 이름이 붙었다. 학교에 스트레스를 치료하는 곳이 있단 말인가? 그냥 이름만 놓고 보면 좋은 학교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니다. 우수고에 대한 설명부터 나오는데 상상을 초월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일들이 평범하게 벌어지는 학교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똥통 학교다. 이런 학교에 오자서는 전학을 왔다. 이전 학교에서 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이 사고는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 교사 폭행이다. 잘 알지 못하면 ‘이런 패륜이 있나?’하고 분노할 이야기다. 이전에 다녔던 학교가 최고의 외고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의 추락은 더 깊다.

 

보통의 소설이라면 순간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한 학생의 추락을 다루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근우는 똥덩어리들과의 이야기를 선택했다. 액션을 넣었다. 로맨스도 넣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강하게 와 닿지는 않는다. 첫 장면은 학교에 늘 있는 양아치 무리가 그에게 끝없는 굴종을 요구한다. 이때 한 소녀가 등장한다. 소피아다. 아름답다. 빵 셔틀 정도는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소피아의 멱살을 잡으면서 바뀐다. 간단한 무술 동작으로 세 명의 학생들을 제압한다. 보통 이런 양아치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더 많은 인원이 모여 그를 괴롭히려고 한다. 옥상에서 싸움이 벌어지려고 하는 순간 한 무리의 학생들이 나타난다. OHSC 멤버들이다.

 

OHSC는 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의 약자다. 겉으로는 문학부 동아리 모임이다. 이 모임은 오자서의 입부를 강력하게 권한다. 이전에 저지른 일과 자괴감 등이 교차하면서 이 이상한 무리에 가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소피아도 이 동아리 일원이다. 이들은 오자서의 가입을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사용한다. 성 희롱까지 연출한다. 오자서의 반응은 ‘그럼 신고하세요’ 다. 이런 김새는 일이 있나. 담임까지 가세하여 그의 입부를 권유한다. 사실 여 담임이 이 모임의 담당 교사다. 이들이 보여주는 행동과 대사는 전혀 학생의 긴장감도 없고 멍청해 보인다. 대화는 또 얼마나 유치한가. 그런데 재미있다. 늙은 꼰대라서 그런가?

 

평범하지 않을 것이 뻔한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긴다. 그의 자전거가 사라진 것이다. 첫 장면의 양아치 정범석이 가져갔다. 그를 데리고 자신들의 아지트로 간다. 그곳에는 이전에 우수고를 다니다가 퇴학당한 도끼라는 양아치가 있다. 도끼는 조폭을 꿈꾼다. 이전에 다녔던 학교 후배를 모아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이런 때 오자서의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 현장에 또 다른 한 명이 같이 갔다. 소피아다. 그냥 무릎 꿇고, 몇 대 맞는 것으로 상황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꼬인다. 칼이 등장하고, 이 칼로 오자서의 손을 찌르라고 하면서부터다. 이때 정범석에게서 놀라운 말이 나온다. 평범한 삶을 꿈꾸는 말이다. 도끼는 폭발하고, 오자서는 분노하면서 달아난다. 다시 싸움이 벌어지고, 상처를 입지만 이긴다. 팔에 칼이 찔린 것 때문에 병원에 가야 하나 이를 거부한다. 둘은 오자서의 할아버지가 그에게 물려준 집으로 간다. 여기서 소피아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직 오자서의 사연은 숨겨져 있다.

 

이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양아치들로부터 오자서를 보호하려는 OHSC 멤버들의 이상한 동행과 협력과 마지막 대결이다. 그리고 왜 그 좋은 학교에서 교사를 폭행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연까지. 이 장면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작가에게 눈길을 돌렸다. 어디까지 자신의 경험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인가부터 화를 내야 하는데 그 화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화 내는 사람을 이상하게 쳐다본다. 건강하지 못한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오자서란 이름을 아버지가 왜 지어주었고, 이 이름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준 그의 다음 행동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책을 덮은 후 오자서의 다음 학교생활이 궁금해졌다. 1년에 한 권 정도 시리즈로 내주면 좋을 텐데. 아니면 영화나 미니시리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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