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윤후명 소설전집 1
윤후명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윤후명의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다. 처음에 윤후명 소설전집 1권이라고 해서 옛날 작품들만 실려 있다고 착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한 편을 제외하고 모두 신작이다. 그 한 편은 신춘문예 당선작품인 <산역>이다. 마지막에 나오는데 앞에 나온 아홉 편과 분명히 다른 이야기와 구성이다. 작가와의 사전 인터뷰를 보면 이 소설전집이 하나의 소설이 되기를 바랐고, <산역>이 강릉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같이 실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시도이자 편집이다.

 

작가의 말에서 이 단편집을 ‘강릉 호랑이에 대한 소설’이라고 말한다. 모르고 읽었을 때 왜 자꾸 강릉 호랑이와 처녀 머리가 나올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강릉이란 단어와 더불어 가장 의미있는 단어가 바로 강릉 호랑이, 처녀 머리, 헌화가, 바다, 시, 어머니 등이기 때문이다. 연작소설이란 이름을 붙여도 전혀 어색함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양한 나라, 인물, 상황, 시간 등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지만 공통적인 부분이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이다.

 

작가의 시와 소설을 모두 읽은 것도 아니고 몇 편이라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상태라 소설 속에 인용된 시나 단편들이 실제 작품들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 모른다. 이 긴 문장을 쓴 것은 각 단편 속에 나오는 시들과 단편들 때문이다. 어떤 작품에서는 아예 노골적으로 자신의 이름이 나와 사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무너트리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의 작품은 그대로 적어 놓고 이름은 같이 표기하지 않은 것이다. 덕분에 저질 기억력을 탓하며 인터넷으로 정확한 이름을 검색해야만 했다.

 

소설 속에서도 나오지만 작가는 강릉의 문화작은도서관 명예관장이다. 이 제안이 이 작품집을 쓰게 된 계기라고 한다. 여덟 살에 떠나 일흔 살이 되어 돌아왔다고 하는데 이 말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상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강릉이라는 지명으로 한정한 듯하지만 실제 그 지역은 강원도 전역이라고 해도 그렇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물론 내륙지방은 조금 제외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잘 다니지 않는 대관령이 계속해서 나오지만 검색하니 평창과 강릉의 경계에 있는 고개라고 한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윤후명의 소설은 나의 가슴 깊은 곳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한두 편 정도는 관심을 끌고, 흥미로웠지만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나의 호기심을 조금씩 차단했다. 강릉 호랑이와 처녀 머리가 반복되면서 더욱 그랬는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알타이족장께 드리는 편지>다. 편지란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고대사와 엮은 부분은 조금 생각이 갈렸지만 ‘아름답다’란 말에 대한 집착이 시선을 끌었다. <바위 위의 발자국>은 몽환적인 부분이 있는데 하일지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살짝 들었다.

 

<핀란드 역의 소녀>는 그림에 대한 감상이 엇갈리지만 탈북자에 대한 이야기가 조용히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과거의 이야기 속에 다른 이야기를 넣어 조금 복잡하게 만드는데 이 부분에 제대로 적응을 하면 큰 재미를 느끼지만 왠지 이 단편집에서는 그렇게 강하게 느끼지 못했다. 현실과 추억과 환상과 기억들이 시와 뒤섞이면서 살짝 집중력을 깨트린 것이다. 더 집중해서 읽었다면 문장의 호흡과 시를 많이 즐겼을지 모르지만 아직 작가와의 궁합이 맞지 않는 모양이다. 예전에 멋모르고 시집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다음에 다른 소설집을 다시 읽고, 구성에 적응한다면 집에 사놓고 묵혀놓은 소설의 먼지를 털게 될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