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잡문
안도현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광고를 보기 전에는 시인 안도현이 시를 절필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최근에 몇 명의 작가가 절필한 것을 보았지만 그렇게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읽지 않은 책이 더 많은 나의 현실을 감안하면 아쉬울 수는 있어도 두려울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시간이 지나고 정권이 바뀌면 그들의 작품이 나올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인 안도현이 시를 절필하고 선택한 것은 트위터다. 140자 글자수 제한이 있는 SNS다. 이 책은 그가 3년 동안 트위터에 올린 것 중 244개를 선택해서 묶었다. 어떤 것은 한 줄이고, 어떤 것은 한계 글자수를 가득 채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래도 안도현은 시인이다.’란 감상이다. 224개의 트위터가 어떤 것은 한 편의 시로 다가왔고, 어떤 글은 그 당시의 아픔으로 가슴에 와 콕 박혔다. 한국 정치와 현실에 대한 아픔과 분노가 드러나는 순간도 자주 있었고, 세월호 사건의 큰 아픔도 같이 나왔다. 그리고 일상에 대한 단상들이 어떤 때는 가볍게, 어떤 순간은 유쾌하고 경쾌하게 표현되었다. 살짝 농을 치려는 그의 노력이 엿보여 잠깐 웃기도 했다. 많지 않은 분량이다 보니 짬짬이 읽어도 금방 다 읽게 된다. 다 읽은 후 살짝 살짝 책을 넘기면 반가운 글들이 나온다. 가끔 펼쳐보기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를 절필했다고 하지만 나에게 이 트위터 속 글들의 일부는 시로 다가온다. 어떤 글은 왠지 모르게 하이쿠처럼 다가왔다. 형식을 따지면 아닐 수 있지만. 시인으로 산 세월 때문인지 많은 글들이 정제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그의 대히트작인 <연어>와 오래 전에 읽은 시집 한 권 등이다. 얼마 전에는 같은 시인이었던 도종환이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었다. 그가 대선으로 절필선언을 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누가 낫다고 해서 쓰는 글이 아니다. 현실에서 두 시인의 삶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사실 그들의 시집을 최근에 새롭게 읽기 전에는 그들이 이렇게 사회에 많은 참여를 하는 시인이었는지 전혀 몰랐다. 솔직히 말하면 관심이 없었다.

 

1만개의 글 중에 선택한 개수가 겨우 244개다. 많이 적다. 한 장에 하나의 트위터만 적었다. 종이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시인은 이 글을 잡문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과연 잡문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짧은 글 속에서 시대와 호흡하는 시인의 일상과 철학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글은 감탄하고, 어떤 글은 의미를 곱씹는다. 어떤 글은 그냥 슬쩍 훑어보고 지나갔다. 나의 마음이 복잡할 때 더욱 그렇다. 아마 책이 아닌 트위터 상의 활자로 봤다면 지금과 다른 느낌이었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글들은 너무 휘발성이 강하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읽으면서 멋진 글이란 생각에 어딘가에 표시를 해 둔 것 같은데 찾을 수가 없다. 다음에 그냥 술렁술렁 넘기다 보면 발견하지 않을까. 무겁고 지친 마음에 잠시나마 휴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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