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여자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 지음, 윤병언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못생긴 여자 레베카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 외면 받을 정도로 못생겼다. 그래도 자기 자식인데 이렇게까지 반응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레베카는 다른 사람들이 혐오를 느낄 정도로 못생겼다. 이렇게 못생겼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 나의 상상력의 한계다. 그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한 에피소드는 그녀가 얼마나 못생겼는지 알려준다. 하지만 이런 그녀에게도 친구가 있다. 수다쟁이 루칠라다. 물론 그녀가 살아남게 된 데는 가족들의 도움이 있었다. 처음에는 고모였다. 엄마는 그녀에게 그 어떤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의 삶에 가장 큰 도움이 된 마달레나가 있다.

 

마달레나가 그녀의 집으로 온 것은 레베카의 아버지가 받은 쌍둥이가 남편과 함께 죽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볼에서는 항상 눈물이 흐른다. 엄마가 제정신이 아니다 보니 고모가 집을 들락거리면서 가정부에 대한 면접을 본다. 깐깐하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 하지만 마달레나는 다르다. 마달레나는 레베카의 행동이나 동작만 보고 감정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다. 모두가 레베카를 배척하는 집에서 어쩌면 유일한 지원군인지 모른다. 그녀의 혐오를 주는 외모에 관계없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물론 그녀의 고모가 한 번 정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려고 하다 엄마의 반대로 무산된 적은 있다.

 

레베카의 부모님은 둘 다 미남 미녀다. 이런 부부에게서 어떻게 이런 흉측한 아이가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가장 먼저 들려주는 이야기는 모계 쪽의 문제다. 이 문제가 엄마를 급속하게 늙고 집안에 틀어박히게 만들었다. 한 아이의 미래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체면을 위해서. 물론 여기에는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아이보다 자기들 우선이다. 이런 그녀에게 변화가 오는 것은 역시 피아니스트인 에르미니아 고모다. 그녀는 세상과 떨어진 아이에게 세상의 한 면을 보게 만들었고, 그녀의 손가락을 보고 피아니스트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 조그만 발견이 그녀가 세상으로 나가게 만드는 하나의 열쇠가 된다.

 

루칠라. 유일한 친구. 그녀를 외모로 평가하지 않는 유일한 또래. 그녀에 비해 훨씬 작은 집에 살고, 늘 웃음을 잃지 않는 뚱뚱하지만 멋진 소녀다. 루칠라의 가정도 평탄하지 않다. 그녀의 아버지가 제자와 함께 도망친 것이다. 집에 있는 모든 재산을 들고. 그렇지만 그녀와 엄마는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아이의 못생긴 외모 때문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파괴한 레베카의 엄마와 너무나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 둘이 함께 있는 순간들은 읽는 내내 훈훈하고 따뜻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장에 와서 나에게 강하고 진한 울림을 준 것도 루칠라와의 에피소드다. 그 향수의 냄새가 나쁜 기억을 모두 날려버린다.

 

못생긴 여자의 엄청난 반전이 펼쳐지거나 자기비하의 극단으로 치닫는 소설이 아니다. 자신이 못생긴 것을 인정하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룬 것도 아니다. 그냥 그녀의 삶을 보여준다. 자극적인 묘사보다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하지만 이 담담한 이야기가 몇 개의 비밀을 통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렇다고 장르소설처럼 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레베카의 출생을 둘러싼 진실은 아들의 출생 비밀을 숨긴 데 렐리스 할머니의 사연과 연결된다. 엄마가 남긴 일기는 그녀에게 다른 진실을 들여다보게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멋진 순간은 역시 레베카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다. 지금 머릿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회오리친다. 그렇게 두툼한 책은 아니지만 많은 이야기 거리를 품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