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전명진 글.사진 / 북클라우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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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전명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팟캐스트 <탁피디의 여행수다>에 나왔을 때다. 이 방송의 첫 게스트가 사진작가 김홍희였는데 이때만 해도 전명진이 사진작가인줄 몰랐다. 방송이 거듭되고, 전명진이 방송에 녹아들 때 즈음 그의 직업과 작품이 눈에 하나둘 들어왔다. 하지만 한 번도 방송 녹음에 가 본적이 없는 나이기에 그의 외모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그가 출연한 세계테마기행 모로코 편을 보면서 <여행수다>에서 낙타를 닮았다고 놀림을 받던 그의 외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전혀 닮아 보이지 않았지만 내가 상상하던 외모는 분명히 아니었다. 반가운 것은 뒤로 하고.

 

ROTC를 마친 후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으면서 세계여행을 한 그가 <여행수다>에서 들려준 경험들은 결코 얕지 않다. 수많은 출연진이 나와 각 나라의 경험을 들려줄 때 그가 겪었던 일들과 지식들이 순간적으로 빛을 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방송에서 늘 개드립을 치고, 허허거리던 그와 잘 연결되지 않았다. 결코 바람직한 방향으로 그의 이미지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 이미지 때문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많이 혼란스러웠다. <여행수다>의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에서 순간순간 보여준 경험과 통찰들이 곳곳에 녹아 있고, 잘 몰랐던 사진작가 전명진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기회를 주었다. 사진의 문외한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멋진 사진들로 말이다.

 

그의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은 방송에서 워낙 많이 나왔지만 그렇게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왠지 끌렸다. 아마도 <여행수다>를 들으면서 익숙해진 이름과 순간순간 빛을 발휘했던 기지와 재치가 글에 녹아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이 기대는 대부분 맞았다. 글보다 사진이 더 많아 읽기 편했고, 방송 등에서 이미 경험한 것들이 다시 나와 반가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역시 그가 찍은 사진들이다. 빛과 구도가 역시 사진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문외한의 시각에서 봤기 때문이다. 그래도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다.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강한 인상과 경험을 자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책은 잘 몰랐던 전명진의 모습이 더 많이 나오지만 곳곳에서 <여행수다> 등에서 들었던 그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가 방송에서 단편적으로 말했던 작업들이 더 자세하게 나오고, 그 결과물이 사진으로 일부 실려 있다. 단순히 몇 개월의 시간을 두고 쓴 일반의 여행서와 달리 몇 년 동안 그가 다녀온 나라와 만난 사람과 자신의 생각들이 녹아 있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낯익은 모습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낯선 모습들이 더 많이 더 자주 드러난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는 사진작가의 삶이나 점점 노련해지는 방송 등을 생각하면 약간은 낯설게 느껴진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렇게 심오한 것이 아니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실천하기를 주저하는 것임을 생각하면 지금 여기서 내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 보인다.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으로 내가 늘 들었던 <여행수다> 속 전명진이 아닌 사진작가 전명진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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