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갈 용기 - 자유롭고 행복해질 용기를 부르는 아들러의 생로병사 심리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노만수 옮김 / 에쎄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최근에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가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그 후 그의 저작들이 각각의 출판사에서 번역되었다. 처음에는 같은 출판사라고 생각했는데 몇 권 확인하니 모두 다르다. 이런 성공은 인문학이 홀대받는 현실에서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다. 나처럼 아들러에 문외한인 사람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의 이론에 관심을 둔 것을 보면 더더욱. 하지만 심리학에서 아들러의 명성은 대단하다. 아마 나도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었을 것이다. 단지 프로이트나 융처럼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저자는 아들러 심리학 전문가다. 제목처럼 늙어갈 용기를 아들러 이론을 통해 다섯 장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대화할 용기, 몸말에 응답할 용기, 늙어갈 용기, 책임질 용기, 행복해질 용기 등이다. 이것은 각각 타자, 아픔, 나이 듦, 죽음, 어떻게 잘 살 것인가에 대한 해석이기도 하다. 각 장에 용기란 제목을 붙였는데 이 개념은 아들러 이론의 핵심 중 하나다. 출간된 각 책의 제목에 용기란 단어가 들어간 것이 그냥 붙여진 것이 아니다. “참된 능력은 용기다.”라고 아들러가 생각할 정도였다.

 

아들러 심리학 대중서 역할을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꼼꼼하게 읽으면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이 책이 이 정도 내용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책들이 베스트셀러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을 보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내용을 완전히 소화시키지 못한 상태지만 ‘우리의 앞길을 막아설 질병, 노화, 죽음이라는 인생의 과제’를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천천히 설명해준다. 어느 부분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인간에게 생로병사는 어쩔 수 없는 절대적 현실이다.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 없듯이 늙고 병들고 죽는 것도 거의 대부분 자신이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이 과정 중 현재 우리에게 크게 와 닿는 것은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다. 이 과정이 모두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데 저자는 상당히 신선한 시각으로 이 현상을 바라본다. 누구도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공연히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실행하는 것이다. 타인의 인정욕구는 결국 타인이 만들어낸 공포를 내적으로 받아들이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들러는 트라우마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결정한다”고 본다. 즉 어떤 특정한 경험을 트라우마로 보지 않으면 트라우마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있을 것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 하고. 그가 주목하는 것은 의미 부여다. 그 속에 파묻혀 사는 것을 경계한다. 그는 사람이 아닌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시한다. 혼자서만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공동체 심리학으로 불린다.

 

저자는 심근경색으로 죽음을 눈앞에 둔 경험을 했다. 이 경험이 그로 하여금 삶을 다른 방식에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아픈 사람도 그 존재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 아픔을 습관적으로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존재’란 단어가 새롭게 다가온다. 인간은 전체를 벗어나 홀로 살 수 없는 존재다. 혼자만 행복한 것은 자기만족일 뿐이다. 그는 있는 것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어쩔 수 없다는 변명도 싫어한다. 일본의 핵발전에 대해 비판적인데 필요악이란 논리를 부정한다. 맞다. 비겁한 변명이자 타협책이다. 우리 주변에서 너무 많이 자주 본 것이다.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용기가 부족해서 자유롭지 못하다”란 문장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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