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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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다. 정치지리학이란 학문을 통해 메트로폴리스 서울이 어떻게 성장하게 되었는지 돌아보는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서울의 성장만이 아니라 한국의 정치, 경제, 자원 등이 어떻게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는지 검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 나오는 몇 가지 사실은 이때까지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바로 잡아주고, 너무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도시화와 아파트 문제 등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간 순으로 서울의 변천사를 다루면서 그 당시 정책의 이유 등을 알려준다. 시간나면 한 번 제대로 깊이 있게 공부해볼만한 주제다.

 

정치지리학은 정치가 어떤 식으로 자원 배분을 관리하면서 사회를 바꾸어가는 가를 보여주는 학문이라고 저자는 간단히 말한다. 이 학문의 체계화는 독일의 지리학자인 프리드리히 라첼이 하였다고 한다. 최근에 와서야 이 학문이 중요해졌다고 하는데 이런 세부적인 사실이 일반 독자에게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몇 가지 단어가 있다. 정치와 자원 배분과 사회라는 단어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단순화한 것이다. 실제 다루어야 할 것은 더 많다. 임동근이 주장하는 바를 따라가면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 충돌하는 것도 나온다.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도 있지만 대체로 그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이 책이 재밌고 흥미로운 것이다.

 

이 책은 2013년 10월부터 12월까지 팟캐스트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에 방송한 것을 수정, 보완해 출간한 것이다. 진행자 김종배가 질문하고, 감탄하는 역할을 맡고, 임동근이 학문적 사실을 알려주고 답하는 대화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과정에 진행자 김종배의 경험담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주고 그 시대를 일반 사람의 시선으로 보게 한다. 그러면 임동근이 사실은 인정하고 왜곡된 정보는 수정하면서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기억의 한자락을 붙잡고 있던 것은 다가구주택이다. 오래전 한 선배가 다가주주택을 투자용으로 사서 살았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다.

 

팟캐스트 방송이라는 한계 속에서 풀어놓은 이야기라 깊이 있게 파고들거나 현실적인 예를 많이 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가구주택과 다세대주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거시적인 부분에서 다루다 보니 내 주변에서 경험한 것과 약간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가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주택들이 그 시대주택의 수급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부분은, 특히 아파트 공급 부족 등과 연관시켜 풀어내는 이야기는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나 자신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특히 아파트와 관련된 기억의 몇 가지는 현재의 사실을 가지고 과거의 기억을 왜곡하여 기억하는 부분도 몇 가지 있다. 특히 래미안과 관련된 이미지가 그렇다.

 

김종배도 말했지만 나도 지금까지 박정희 최고의 공적 중 하나로 그린벨트를 꼽았다. 그런데 이 그린벨트가 환경보호 목적에서 지정된 것이 아니라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한다. 또 개발과 관련하여 반드시 알아야 하는 단어가 하나 등장하는데 바로 체비지다. 사전적 의미는 도시의 체계적인 개발을 위한 방안으로 일정지역을 토지구획정리사업지구로 선정 후 공공시설의 설치 등 시행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구획정리 지구내 지역주민의 개인토지 점유 면적에 따라 감보율을 적용하여 확보한 토지를 말한다. 이 체비지가 강남의 개발과 관련하여 아주 복마전 같은 역할을 하는데 새로운 시각에서 개발사업을 들여다보게 한다.

 

서울하면 역시 아파트를 빼놓을 수 없다. 아파트하면 역시 강남과 토건재벌이 떠오른다. 김종배는 “지금까지 아파트 역사를 보면 정부의 땅 장사와 재벌의 집 장사가 서로 이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라고 정의하고, 임동근은 여기에 “재벌 돈이 주택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 정부가 제도를 하나하나 바꿔가는 과정이었다”라고 덧붙인다. 이때도 체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주택 건설에 정권 차원에서 목을 맬 수밖에 없는 현실은 바로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하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이는데 살 곳이 없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그것과 관련된 수많은 사회기초설비, 상하수도, 전기, 쓰레기 등이 갖춰져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간단하게만 볼 서울의 변천사가 아니다.

 

처음에 동사무소 이야기로 문을 여는데 이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흔히 일제가 식민지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일제 강점기 당시 지역의 유지 등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라고 한다.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정권의 손발로 전락하지만 그 시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 지방자치로 인한 문제나 역대 서울시장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시장직에 임했는지 설명할 때는 이 정치지리학의 매력이 듬뿍 묻어난다.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의 현대사를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되면서 배우게 되는 것도 적지 않다. 책을 한 번 더 읽는 것이 좋겠지만 안 되면 팟캐스트라도 찾아서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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