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심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38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집에 프레드 바르가스의 다른 책이 몇 권 있다. 할인 판매할 때 사 놓은 것들이다. 워낙 대단한 광고였기에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사 놓고 다른 책처럼 묵혀 놓았다.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행운이다. 왜냐고? 그것은 프랑스 추리문학의 여제로 명명되는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 바로 알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이 책이 '형사 아담스베르그 시리즈' 최신작이란 것이다. 이 소설 이전에 몇 편의 시리즈가 더 있었는데 읽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번역 출간된 책이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이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 남아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도입부에서 간단하게 하나의 살인사건을 해결한다. 한 노부인의 죽음이다. 아담스베르그 서장은 현장을 둘러보고 빵 속살을 이용해 아내를 질식시켰다는 것을 추리해낸다. 50년 이상 같이 산 부부인데도 남편은 아내의 결벽 등살을 견디지 못하고 죽인 것이다. 이렇게 사건을 해결한 후 경찰서로 간다. 다른 작품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을 동료 형사 베랑크의 복귀 문제를 논의한다. 그때 한 노부인이 경찰서 앞을 서성거리는 것을 발견한다. 이 이전에 비둘기가 죽어가는 것을 발견한다. 누군가가 비둘기 다리를 줄로 묶어 죽음에 이르도록 한 것이다. 그냥 보고 넘길 수 있는 사건이지만 그는 이 범인을 잡으려고 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줄기를 이루는 것은 바로 이 노부인이 가져온 사건이다. 그녀는 딸 리나가 본 환상 때문에 겁에 질렸다. 그 환상은 1777년 유령부대가 노르망디의 본느발 숲에 나타난 것이다. 이 부대는 성난 군대로 불린다. 이들이 지적한 사람들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리나가 본 사람은 모두 네 명이었고, 그 중 세 명은 아는 사람이다. 그 중 첫 번째 인물인 에르비에가 집에서 사라진 것이다. 리나의 엄마가 걱정하는 것은 에르비에가 죽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때문에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피해가 올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리나. 예전에도 이 환상을 본 사람을 마을 사람들이 죽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적인 형사라면 이것을 그대로 믿지 않을 것이다.

 

믿지 않지만 의심할 수는 있다. 아담스베르그 서장은 노르망디로 달려간다. 그 공포의 숲에서 한 노부인을 만난다. 레온이다. 이 노부인은 사라진 에르비에의 시체를 숲 속 성당에서 발견했다. 자신의 개를 기다린 후 집에 와서 신고한다. 서장과 저녁 식사를 하고 시가를 나누어 핀 후 유대를 쌓는다. 이 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것은 헌병대다. 헌병대 대장은 나폴레옹의 제국 원수였던 다부의 후손인 에므리 대위다. 그는 서장이 자신의 관할에 와서 사건 수사하는 것을 싫어한다. 살짝 다툼이 생긴다. 레온의 집 근처에서 쉬던 서장은 이상한 소리를 듣고 레온의 집으로 달려간다. 레온이 바닥에 짓이겨진 상태로 혼수상태다. 이제 사건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다.

 

여기에 또 하나의 사건이 추가된다. 그것은 경제계의 거물인 클레르몽이 차 안에서 타 죽은 사건이다. 방화된 차가 놓인 장소와 방법 등이 한 명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방화 10범의 모모다. 아담스베르그는 모모가 한 범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의 직관과 관찰력이 만들어낸 믿음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가진 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휘둘러 모모를 범인으로 만들려고 한다. 서장은 억울한 범죄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위험한 수단을 사용한다. 바로 자신이 인질이 되어 모모를 달아나게 하는 것이다. 공범으로는 자신의 아들과 바로 자신이 된다. 그렇지만 그와 함께 일하는 형사들 몇몇은 이 비밀을 알아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수상하게 생각한 사람들은 그를 감시한다. 상부에서는 모모를 일주일 안에 잡지 못하면 그와 부하 형사들이 잘릴 것이라고 협박한다. 긴장감은 고조된다.

 

하나의 사건만 다루지 않고 여러 건을 같이 펼쳐놓고 진행한다. 세 건의 살인 사건 중 한 건은 해결했고, 비둘기 같은 동물 학대 사건은 조사중이다. 이런 그의 곁에는 특이한 인물들이 있다. 고시를 말하면서 탁월한 수사능력을 보여주는 베랑크, 베랑크를 싫어하고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인 당글라르, 거구지만 비둘기를 되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르탕쿠르, 그 외 다양한 습관을 가진 형사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너무 강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라 아담스베르그 서장이 아니라면 이들을 잘 지휘할 수 없을 것 같다. 실제 이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범인을 추리해내는 그를 보면 감탄하게 된다. 늘 멋진 형사나 탐정들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개별 사건처럼 보이지만 이 사건들은 연결되어서 아담스베르그의 통찰력과 추리에 의해 모두 해결된다. 한 마을의 비극 속에 한 가족을 집어넣고, 그들을 사건의 중심으로 만든다. 라나의 환상 속 성난 군대는 그것을 현실화시킨다. 한 명씩 죽는다. 희생자들은 심정적으로 살인자임을 누구나 알지만 증거가 없어 놓아줄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다. 어떻게 보면 통쾌하지만 현실은 그 뒤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 나는 실패했다. 경찰들의 노력과 오랫동안 쌓인 경험은 날카로운 이성과 더불어 범인에게 한 발 다가가게 한다. 뭔가 허술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이 밝혀진다. 성난 군대 전설이 중심에 서고, 현실의 사건들이 그것을 뒷받침하면서 짜임새 있게 나아간다. 매력적인 등장인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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