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섀도우
마르크 파스토르 지음, 유혜경 옮김 / 니케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특이한 이력을 가진 소설이다. 먼저 작가가 바르셀로나 과학 형사 수사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것만 가지고 특이하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여기에 20세기 초에 실존했던 여자 연쇄 살인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실적인 내용이라면 어떨까. 한 가지 더. 이 이야기 전체를 끌고 나가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있다. 이 존재는 어떤 때는 사신의 모습이고, 어느 순간에는 이야기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거나 한 인물과 대화를 나눈다. 이 변화무쌍한 존재가 솔직히 읽으면서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소설 속에서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몰입이 흐트러진 것도 이 화자의 등장 때문인 경우도 많다.

 

소설을 끌고 나가는 두 인물이 있다. 한 명은 형사고, 다른 한 명은 연쇄살인마다. 이 시대 형사 이야기에는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청렴한 경찰들이 드물던 시기다. 모이세스 코르보도 뇌물을 받고, 사소한 동료의 협잡을 눈감아준다. 아내가 있지만 창녀와 잠을 잔다. 예전 같으면 거부감을 엄청나게 느낄 주인공이다. 괜히 감정이입이 과도하게 되어서 말이다. 그는 한 창녀와 섹스를 한 후 괴물 이야기를 듣는다. 이 괴물은 창녀의 아이들만 납치한다. 창녀들은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 허점을 노린 유괴 납치다. 그의 아내는 두 번의 유산을 경험한 후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이 괴물 이야기는 그의 신경 한 쪽을 강하게 자극한다.

 

아이들을 납치 살해하는 괴물은 엔리케타 마르티다. 처음에는 단순한 납치 살해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 납치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여줄 때 공포가 가슴 한 곳으로 파고든다. 어떻게 이렇게 잔혹할 수 있을까 하고. 또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이 시대의 부패한 정치 경제 권력자들은 어떻게든 그녀와 연결되어 있다. 그녀의 존재가 그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녀가 쉽게 활동한다.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지만 그녀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두려워한다. 공포의 씨앗이 사람들 마음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심리와 행동이 오그라들게 만든다. 소설 속 한 아이를 죽이는 과정을 짧게 보여주는데 아주 참혹하고 섬뜩했다.

 

언제나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다스리는 사회가 안정적이고 풍요롭게 보이길 바란다. 현실에서 창녀들의 아이들이 사라져도 그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창녀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납치 유괴를 믿지도 않는다. 아니 믿으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고생하는 것은 모이세스다. 결코 좋은 경찰이 아니지만 이런 사건에는 아주 정의로운 인물이다. 경찰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양심이나 의무는 지킨다. 그가 단서를 쫓아갔을 때 높은 곳에 계신 분들은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다. 자신들이 어떤 위협에 노출될지, 혹은 어떤 불편을 겪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 소설은 이 시대의 사회 경제 정치적 모습을 있던 그대로 그려내었다. 실제 이 시대의 역사를 알고 있다면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가 더 잘 이해되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알기는 쉽지 않다. 지역이 바르셀로나란 것도 유념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 소설 속에 강하게 분리주의가 자리잡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냥 스쳐지나가듯 등장하는 인물들 한 명 한 명이 사연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설정 속에 아직 과학수사가 제대로 태동조차 하지 않는 경찰들이 연쇄살인범을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발로 더 뛰고, 범인이 실수하기만 바라야 한다. 실제 이 사건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도 일반 가정의 아이가 납치되면서부터다. 목숨의 값이 다르다. 씁쓸하지만 이것은 현재도 유효하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소문의 괴물을 쫓는 모이세스 쪽과 필요한 아이를 납치하려는 엔리케타 쪽이 서로 교차하면서 출연한다. 이 두 진영을 다 알고 있는 독자보다 더 많은 것을 아는 존재가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끈다. 전지전능한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이 소설의 최대 반전이라면 바로 이 존재가 들려주는 마지막 장면들이다. 너무 친절하다. 그런데 이 존재의 개입이 불편하다. 솔직히 지금은 이 방식이 나의 취향과는 맞지 않다. 아니면 나의 독법에 문제가 있거나. 하지만 20세기 초 바르셀로나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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