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의 숲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8
안보윤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소년이 산길을 걷는다. 눈 덮인 산길이다. 이 소년이 산길을 걷는 것은 자살하기 위해서다. 유명 청소년 심리상담사인 엄마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깊은 산 속에서 인터넷에서 본 자살매듭 묶기로 목을 매려고 한다. 묶은 고리 속으로 목을 밀어넣는다. 죽으려는 순간 새소리가 들린다. 자신의 얼굴에 새똥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한다. 죽으려는 소년이 왜 이런 걱정을 할까 살짝 의문이 생긴다. 그때 옆 허공에 세로로 그어진 기다란 선을 발견한다. 그것은 틈이다. 버둥거린다. 목에 감긴 줄이 그의 생명을 앗아간다. 무언가가 소년을 호되게 내리친다. 바닥으로 나동그라진다. 살았다. 정신을 잃는다.

 

한 소년의 자살 시도에서 시작한 소설은 곧바로 이상한 세계로 넘어간다. 그곳은 바로 제목대로 알마의 숲이다. 이 숲은 이상하다. 알마와 알마의 삼촌만이 사는 세계다. 올빼미라고 불리는 남자도 있지만 그도 어느 날 갑자기 문을 통해 이 세계에 떨어진 남자다. 언젠가 사라질 예정이다. 문이라는 곳을 통해 이상한 생김새를 가진 동물들이 떨어진다. 안대를 한 오리라든가 하는 것처럼. 그리고 알마의 생김새도 특이하다. 레고 모양이라니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모습이다. 어쩌면 이것은 소년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선물인 레고 세트와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아버지라는 사람이 단 한 번도 그 장난감을 가지고 아들과 놀아준 적이 없지만.

 

엄마는 유명 청소년 심리상담사다. 그녀는 아이를 아주 냉정하게 키운다. 자신의 생각과 방식에 아이를 끼워넣는다. 열 살짜리 아들 방을 녹색으로 도배를 한다.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색이라는 이유로. 아들은 그 색에 강한 압박을 받는다. 어느 날 다른 색으로 도배한다. 이 잠시의 일탈은 곧바로 엄마의 새로운 녹색 도배로 덮여버린다. 엄마는 아들에게 왜 낙서를 했는지 묻지조차 않는다. 이론에 능통하지만 소통은 전혀 하지 않는 전형적인 이론가형 엄마다. 자신의 위신을 위해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낸다. 이곳이 아들의 마음에 들지만 좋은 대학을 보내려는 욕심에 다시 서울로 불러 학원들 속으로 밀어넣는다. 그녀에게 아이는 자신을 돋보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것 같다. 아버지도 이 엄마와 잠시 다투지만 그 어떤 도움을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답답하고 갑갑하다.

 

알마는 눈물을 흘리면 죽는다고 한다. 절대 이곳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알마를 울리는 것이다. 알마의 과거도 결코 행복하지 않다. 그녀의 전생은 지독하게 슬프다. 그녀가 사는 숲 속에서 열심히 움직이는 이유도 생각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다.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장난감이 잠시 동안 즐거움을 주지만 그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어떤 아이가 삼촌의 관심을 너무 독차지하면서 그녀가 삼촌 몰래 문안으로 밀어넣었다. 소설 속 묘사대로라면 특이한 외모를 가진 알마가 이렇게 사는 것은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간절하게. 그래서 그녀의 이 감정이 소년의 자살과 충돌한다.

 

올빼미가 소년에게 한 마디 한다. 너의 이야기는 지독하게 재미없다고. 왜 소년이 자살하게 되었는지 설명하지만 그의 반응은 늘 이렇다. 그리고 소년이 이 산 속으로 오게 된 사연 중 하나가 나온다. 학교 폭력과 전혀 관계가 없는데 사람들의 오해가 만들어낸 일 때문이다. 그의 엄마조차 믿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아이를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서나 방어를 위해 이용할 뿐이다. 사랑이 사라진 가족은 이미 가족이 아니다. 아이는 사육되고 있었다. 이것을 견디고 넘어서야 한다.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틈 속으로 들어가려는 아이에게 삼촌은 말한다. “후회하지 않는 선택 같은 게 있겠냐”고. 다시 말한다. “차라리 그놈이랑 정면으로 맞닥뜨려, 실컷 후회하고 속시원하게 털어버릴 수 있는 쪽을 택하는 거다”라고. 이제 소년이 틈이라고 말하고 알마는 문이라고 하는 곳이 열린다. 소년은 그 문을 넘어가서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선택일까? 어느 쪽이든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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