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폴인러브
박향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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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륜도 있고, 첫사랑도 있고, 죽음 앞에 불타는 사랑도 있고, 풋풋한 사랑도 있다. 사랑을 커피와 엮어서 풀어내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연예소설이다. 앞에서 말한 사랑들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들의 사랑이 불편할 수도 있는데 인물들 각각의 심리를 잘 표현해서 어느 순간은 반감을 누그러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이성이, 윤리관이 그 사랑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현실은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현실은 소설보다 더 복잡하고 잔혹하고 아름답다.

 

카페 폴인러브는 경재의 아내 효정이 열심히 만든 커피 전문점이다. 흔한 프렌차이즈 커피숍이 아닌 자체 커피 전문점이다. 위치는 부산 중앙동에 있다. 이 커피숍을 열기 얼마 전 효정에서 병이 생긴다. 뇌종양이다. 그녀의 꿈이 펼쳐지기도 전에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생긴 것이다. 이 부부는 친구 정수의 아내 세희에게 관리를 부탁한다. 세희는 속성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예정된 것보다 조금 늦게 커피숍을 오픈한다. 이제 이 공간은 이곳을 오고가는 사람들의 관계가 엮이고 꼬이고 맺어지는 장소가 된다. 그 첫 이야기는 세희부터다.

 

세희와 정수는 애정이 없는 부부다. 아이도 없다. 정수의 머릿속은 첫사랑 혜인만 있을 뿐이다. 부부관계는 소위 말하는 의무방어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카페 폴인러브에서 일하던 어느 날 한 남자가 세희에게 다가온다. 그 남자는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제호다. 제호는 고등학교 시절 연애사건으로 유명하다. 그 나이의 사랑이 얼마나 열정적인지 잘 보여준다. 이 제호의 관심이 세희의 마음을 무너트린다. 일상의 반복과 애정 없는 삶에 지친 그녀에게 제호는 순간적으로 열정과 스릴을 가져다준다. 이들은 자신들의 가정이 깨어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효정은 어린 시절 집을 떠난 엄마 때문에 아버지의 억압 속에서 살아야했다. 이것이 그녀의 성의식을 왜곡시킨다. 그런데 뇌종양이 갑자기 억눌려져 있던 그녀의 성욕을 폭발시킨다. 이 욕망이 남편 경재에게는 낯설다. 아픈 아내를 생각하면 죄처럼 느껴진다. 시한부 삶을 살아야 하는 그녀에게 진짜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이 부부의 뜨거운 사랑은 약간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아름답다. 시간이 정해진 사랑은 그 폭발력이 대단하다. 더 긴 세월을 일상으로 보냈다면 이들의 사랑이 지속되었을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정수는 동아리 선배와 결혼했던 혜인의 전화에 달려간다. 늘 그녀 주변에서 지켜보았고, 세희와 살면서도 잘라내지 못한 사랑이다. 그의 순수한 사랑은 사회 윤리 속에서 문제가 된다. 이 문제는 순수함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을 괴롭힌다. 자신도 마찬가지다. 연결되지 못한 사랑은 파괴적으로 변한다. 상대를 파괴하기보다 자신을 파괴한다. 그 선택 중 하나가 이혼이다. 그의 바람이 들킨 것도 바로 순수함과 열정이 만들어낸 미숙함에서 비롯했다. 그의 아내 세희가 보여준 행동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어쩌면 이 순수한 사랑이 집착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희가 정수의 바람을 알게 되었을 때 보여준 행동은 전형적인 모습일 것이다. 분노와 질시의 감정에 사로잡힌다. 나의 잘못보다 남의 잘못이 더 크게 보이는 법이다. 남편의 핸드폰을 뒤지고, 속옷의 냄새도 맡으면서 확신을 가진다. 세희가 먼저 원했던 결혼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두 부부는 각자의 삶 속으로 떠내려갔다. 늘 바라고 기다렸던 사랑이 아니었는데 그 시간, 장소, 상황 등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지치고 애정 없는 삶 속에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중년 부부의 모습이 아닐까?

 

민주와 승재의 사랑은 아직 풋풋하다. 하지만 민주는 엄마 효정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 아이는 엄마의 관심을 필요로 하고, 엄마는 자주적으로 키우려고 한다. 둘의 대화가 사라진 곳은 오해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관심과 간섭, 자유와 무관심의 조그만 차이가 둘을 찢어놓았다. 사춘기 소녀의 마음은 그 변화가 더 심하다. 이것은 엄마가 뇌종양에 걸렸다는 것을 알기 전이다. 작위적인 마무리인데 현실은 더 심한 경우도 있다. 더 넓은 세상에 이런 모녀 사이도 있겠지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이렇게 이 소설을 읽으면서 혹은 읽은 후 그들의 이야기가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도 많다. 그냥 그들의 삶을, 사랑을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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