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감각 -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팀 버케드 지음, 노승영 옮김, 커트리나 밴 그라우 그림 / 에이도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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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를 유혹했던 것은 단 하나의 문장이다. 인간의 관점, 새의 관점.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란 물음에 이전까지는 인간의 관점에서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새의 관점에서 그 감각을 말하려고 한다. 하지만 새의 감각을 표현하는 방식은 여전히 인간의 감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감(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자각과 정서를 덧붙였다. 이처럼 새의 감각을 이해하는 도구는 여전히 인간의 감각인 것이다. 한 종이 다른 종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그 기준이 각 종의 감각과 관점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의 무수한 노력은 인간의 관점을 벗어나 새의 관점으로 다가가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하나의 계기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은퇴한 감각생물학자들이 연구할 당시 아무도 관심이 없거나 믿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조류 감각생물학자는 저자의 이런 연구와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의 연구를 인정받지 못하자 자료를 불태웠다고 하면서 아쉬워했다. 그리고는 시대별로 각광받는 생물학 분야가 다르니 감각생물학에도 볕들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단순한 수사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의 많은 부분은 그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을 것이다. 물론 저자는 감각생물학자가 아니고 조류를 연구하는 행동생태학자라고 소개한다.

 

행동생태학은 앞선 세대의 생물학자들에게 미스터리였던 것을 이해하는데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한다. 물론 한계도 있음을 같이 말한다. 하지만 행동생태학자들이 관점을 바꾸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서 그 발전은 비약적으로 이루어졌다. 저자는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과학사를 읽을 때면 늘 마주하는 것이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세밀한 연구와 조사와 실험 등을 통해 위대한 발견이나 발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점이 바뀌는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반전을 불러오는 것도 역시 아이디어다.

 

새를 연구하고 조사하는 학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깊은 곳까지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을 것이란 것은 몰랐다. 새의 감각을 연구한다는 것이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일일 수도 있는데 이 연구가 실생활에 응용되어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인간의 생활과의 접점이 더 늘어나면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점점 많아진다. 단순히 학문적인 호기심을 넘어선 것이다. 과학과 학문이 교차하고 융합하면서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효과나 효능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가끔 보는 다큐멘터리에서 이런 부분이 잘 나온다. 사실 이 책은 그런 접점들을 중심으로 다루는 책은 아니다.

 

새의 관점을 이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보이는 대로 기록한다고 해도 그 사이에 인간의 관점이 끼어들고 인간의 감각이 지닌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것도 과학사에 비일비재한 일이다. 시각과 청각과 촉각 등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만 미각과 후각은 조금 낯설었다. 그리고 이 분야의 연구가 아직도 다른 감각에 비해 상당히 뒤쳐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류의 행동을 관찰하고, 새의 사체를 해부하거나 fMRI 등의 기구를 촬영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다. 이런 관찰과 조사와 실험을 통해 조류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더 깊고 넓게 진행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많이 흥미로웠던 것은 역시 자각이다. 지구의 자기장을 보고 날아다닌다니 신기했다. 눈 뒤에 자철석이 있다는 부분에서 SF적인 상상력이 순간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정서를 다룬 장은 좀 더 다양하게 다루어지고, 속설과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부분이 있었으면 했지만 없었다. 기존의 서술 방식대로 하나의 감각을 하나의 학설에서 시작하여 새로운 발견으로 인한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잘 모르는 인물과 새들의 이름만 잔뜩 읽고 이해하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를 스쳐지나왔다. 비전문가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부분이다. 이것은 어쩌면 저자의 마지막 문장과 아주 조금은 이어질지 모른다. “현재 우리는 새의 감각을 (적어도 일부는) 기초적으로는 훌륭히 이해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해해야 할 것이 많다.”(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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