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연인
미치오 슈스케 지음, 유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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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은 미치오 슈스케의 소설은 미스터리였고, 그 후에 주로 읽은 책들도 미스터리물이었다. 그래서 작가가 쓴 다른 장르의 소설을 읽을 때 많이 낯설었다. 기대했던 설정과 전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기분을 지워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만약 예전에 이 소설을 읽었다면 어디에 트릭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 이 세 명의 주인공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후기를 보면 소설을 먼저 쓴 것이 아니다. 소설가가 줄거리를 짜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TV 드라마를 제작하고 동시에 책을 출간하는 방식이다. 방송국 쪽의 여러 희망사항과 제약이 보통의 그의 소설과 다른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드라마도 있으니 한 번 보고 싶다.

 

세 남녀는 각각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고 살아간다. 이 세 명이 함께 모이는 일은 거의 없다. 상해나 도쿄나 둘만 대부분 등장한다. 일본인 두 명, 야오이와 렌스케와 대만 출신 중국인 슈메이가 주인공이다. 야오이는 파견으로 일하다가 정규직의 실수를 뒤집어쓰고 오랫동안 사귄 남자 친구의 거짓말에 질려 화려한 여행을 꿈꾸며 떠난다. 하지만 평소 습관이 단숨에 고쳐질 리가 없다. 민박에 머물면서 상해를 여기저기 다닐 뿐이다. 그러다가 케이크 가게에서 렌스케를 만난다. 다시 만났을 때는 렌스케의 수수께끼를 푸는데 도와준다. 이 도움으로 케이크 먹는 초대를 받지만 자신의 착각과 남자의 무신경함이 문제를 만든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다.

 

렌스케는 가구 회사 레골리스를 창업한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에서 지점을 낼 정도다. 정당하게 인수한 중국 회사의 직원들이 재고용도 뿌리치고 대부분 나간다. 그 직원 중 한 명을 회사 모델로 고용하고 싶어 한다. 광고에 탁월한 눈이 있는 후배이자 직원인 가자미가 추천한 사람이다. 바로 슈메이다. 그녀는 빛나는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가구 회사에 일하고 있다. 가자미와 렌스케는 그녀를 모델로 쓰고 싶다. 하지만 그녀가 거부한다. 그리고 렌스케의 성격을 보여주는 몇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앞만 보고 달리는 사장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야오이와의 충돌도 그 때문에 생겼다.

 

슈메이는 재고용을 거부한 후 일자리가 없어 힘들게 산다. 친한 친구 밍은 그녀의 호의를 걷어차고 돈까지 훔쳐 달아난다. 미안하다는 쪽지만 남기고. 레골리스의 모델 제의를 거부했는데 밍의 사건은 중국에서의 그녀 삶을 무너트린다. 일본에 살고 있는 아빠 한양을 찾아간다. 27년 전 일본에서 성공을 꿈꾸며 살다 힘든 것을 버티지 못한 엄마와 슈메이는 돌아왔지만 아빠는 그곳에서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희망이 무너진 곳에서 아빠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것은 거짓말이다. 그녀보다 더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 이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레골리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세 남녀는 일로, 의문으로, 인연 등으로 연결된다. 야오이는 파견직인 것을 숨기고 좋은 직장 여성처럼 술을 마셨다. 야오이를 찾아 상해의 사진을 전달하려는 렌스케는 자신이 사장인 것을 숨긴 채 보통 사람들 옆에 머문다. 단골집 온짱은 이 둘이 만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이 둘이 순간적으로 불타기에는 너무 다른 삶을 살았다. 슈메이의 광고는 성공했다. 그녀는 신비한 수수께끼의 여인으로 산다. 모델료는 아버지의 빚을 갚는데 사용된다. 렌스케와는 일로 만나고 이야기하는 정도다. 이 둘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읽는 내내 궁금했다. 그녀의 미모와 냉철한 렌스케가 왠지 일을 벌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오이의 직장에서 만든 선향불꽃이 이 셋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간다.

 

가독성이 좋아 단번에 읽었다. 세 남녀의 삶과 관계를 약간은 건조하게 풀어낸다. 감정에 끌려가는 모양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지키면서 엮여간다. 어느 순간은 보호본능에 이끌려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삶이 지쳐 있을 때 그 만남이 가장 편안한 여유를 전해준다. 팽팽한 긴장감에 시달리는 렌스케의 꿈이 외롭고 힘든 그의 삶을 보여준다. 변한 자신의 모습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두 남녀는 힘들어한다. 가장 빛나는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이 더 여유롭다. 편안하다. 오해가 펼쳐지고, 마음이 가는 길을 따라가다 해결되는 그 과정이 결코 통속적인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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