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치마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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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절판이었던 책이다. 다시 재간되어 나왔다. 권여선이란 이름은 낯익지만 그녀의 소설을 읽은 기억은 그렇게 많지 않다. 작가 이름으로 검색을 하니 집에 사놓은 책들이 꽤 보인다. 그런데 정작 읽은 책은 없다. 한참 책을 사 모을 때 쟁여놓고 손을 뗀 것이다. 뭐 이런 작가가 한두 명이 아니니 그냥 넘어가자.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솔직히 절판되었고, 중고책이 비싸게 팔려 그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떤 내용이기에 정가보다 비싸게 팔릴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모두 읽은 지금 솔직히 그 이유를 모르겠다.

 

<처녀치마>란 제목을 보면서 가장 먼저 여자의 치마를 생각했다. 그런데 본문 내용에 식물 이름처럼 나왔다. 검색하니 백합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잘 모르겠다. 내용은 다른 작품에 비해 조금 더 쉬웠다.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의 머리를 뜨거운 해장국 뚝배기에 밀어 넣고 싶다고 했을 때 놀랐다. 그리고 그녀의 삶과 생각이 하나씩 풀려나왔다. 하루 동안의 고향 여행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밀착보다 관찰자로 떨어트려 놓으면서 낯설고 황량하게 만들었다. 작가의 말에서 자신은 연애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왠지 그 느낌이 가슴으로 바로 와 닿지 않는다. 너무 로맨스 소설만 생각한 것일까?

 

<트라우마>에서는 사회 운동에 실패한 사람들의 추레한 삶을 보여준다. 서로 간의 충돌과 객기가 표출되고, 쓸데없이 경비원과 기 싸움을 한다. 연애는 살짝 그 흔적만 비출 뿐이다. <12월 31일>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아줌마와 그녀를 사랑했고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자신의 삶에 불만이 많은 여자의 불안과 감정 토로가 그렇게 낯설지 않은 것은 주변 아줌마들에게 늘 듣고 있기 때문일까?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반응과 대응도 왠지 모르게 공감대롤 형성한다. 나의 경험 어딘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일까? <두리번거리다>는 정말 집중해서 읽지 못했다. 시점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이것은 <그것은 아니다>로 그대로 이어진다. 다시 차분하게 읽어야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수업시대>는 가장 연애소설 같다. 시인과의 불륜보다 그 사랑이 사라진 후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신의 집에서도 주인이 되지 못한 여자의 독백은 씁쓸하다. 둘의 만남이 시작된 그 순간에 사라지지 않으면 현실의 불만과 불안으로 가득한 운명의 덫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다. <불멸>은 아주 짧다. 꼬막과 사랑이 간결하지만 진솔한 마음을 담아낸다. <나쁜음자리표>는 말장난 같은 제목이다. 동성애와 거짓말이 교차하는데 그 사이를 불안감이 채운다. 남녀의 연애든 여자끼리의 연애든 감정의 흐름은 큰 차이가 없다. 기억은 부정확하고 관계는 기억 너머에서도 아직 유효하다.

 

이 단편집이 아직은 나에게 부정확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시점의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탓에 괜히 이리저리 오갔다. 통속적인 연애소설이 아니라 간단하게 스토리를 따라가려고 하면 당연히 실패한다. 감정과 심리 변화를 따라가고, 다양한 인물들의 내면을 차분히 들여다봐야 한다. 후일담 성격이 강한 부분도 있다. 성공보다는 실패와 추락과 몰락을 더 많이 다뤄 경쾌하게 읽을 수 없다. 다만 담담하게 그냥 들여다보려고 할 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진다면 혹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 난 후라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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