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집 예찬
김병종 지음, 김남식 사진 / 열림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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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무 집 예찬>이란 제목을 읽었을 때 한옥에 대한 작가의 조사와 연구가 중심에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의 한옥 ‘함양당’ 이야기다. 이 함양당은 <자스민, 어디로 가니>를 읽으면서 호기심이 생겼던 곳이다. 그가 주말이면 찾아가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머물다가 간 곳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가가 어떻게 함양당을 받았고, 그곳에 거주하면서 새롭게 짓고, 생활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김남식 사진작가의 사진과 간결한 김병종 작가의 글이 어우러져 이 시대와 동떨어진 듯한 나무 집의 예찬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예찬은 어릴 때 기억 한 자락을 뒤흔들어 깨우고 한옥에 대한 갈망을 불러왔다.

 

함양당은 인연을 쌓아올린 집이라고 말한다. 처음 그 집을 받았을 때부터 다시 짓게 되었을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인연이 놓여 있다. 우연히 내뱉은 말 한 마디가 인연이 되어 결국 한옥 짓기까지 이어진다. 아주 특별한 인연이다. 그 곳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없었다면 이 인연은 짧게 끝났을 것이다. 현대 집들의 편리한 구조와 모습을 생각하면 불편하기만 한 곳이다. 최근 개량 한옥이 등장하여 이 불편함을 최소화했다고 하지만 그가 이곳을 받았을 때는 그냥 쉽게 개량, 개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아주 싼 가격에 물려받았고 그에게 집을 넘겨준 검정옥 선생에 대한 배려와 다른 땅 주인 때문이다. 이 문제는 땅 주인이 땅을 사라고 말하고, 힘겹게 그 값을 치룬 후 해결되었다.

 

매일 살지 않고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나무 집은 불편한 곳이다. 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는 것은 그 이상의 것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것을 하나씩 풀어낸다. 빠름과 편리함으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이 느림과 불편함은 오히려 삶을 더 풍족하게 만들고 시간을 늘리는 효과를 보인다. 복잡한 현실 속에서 이 단순한 공간은 자신에게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자투리 시간을 내어 겨우 한 권을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단숨에 몇 권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텔레비전, 인터넷도 없는 그곳에 있는 유일한 전자기기는 전축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더 집중해서 실컷 감상할 수 있다. 부럽기만 한 삶의 여유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앞에서 말한 나무 집 인연을 에세이로 풀어내고, 2부와 3부는 가을과 겨울 사진과 함께 간결한 글로 구성되어 있다. 새롭게 지어진 함양당과 주변의 풍경은 글로 표현할 수 없는 풍경을 사진으로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준다. 먼 풍경은 풍경대로, 밀착 사진은 또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으로 함양당 혹은 협선재를 차분하게 드러낸다. 사진이 먼저인지 글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이 둘이 잘 어우러져 진한 여운을 남긴다. 집 구석구석을 한 장의 사진과 작가의 감상으로 풀어낼 때 그 나무 집은 이미 단순한 나무 집이 아니다. 추억과 여유와 그리움과 정적과 고요함으로 가득한 곳이다.

 

언제부터인가 한옥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아파트 생활이 주는 피로를 급격하게 느낀 순간부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때 본 한옥들은 대부분 개량 한옥이거나 한옥의 모습만 갖춘 집들이다. 한옥을 개량한 커피숍이나 식당을 가면 그 부산함으로 그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순간이 대부분이지만 잠시 여유를 누릴 때면 이곳에서 삶이 불편하다고 해도 한 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뭐 요즘은 황토집에 더 눈길이 가기는 하지만 뚜렷한 의지가 있어서라기보다 텔레비전을 보고 한 후 생긴 순간의 변덕이다.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이 일순위고, 다음이 한옥이나 황토집이다. 작가처럼 멋진 집을 지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다. 돈도 문제고 좋은 목수 구하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인연 이야기가 부럽기만 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장 이룰 수 없는 꿈이지만 아주 행복한 꿈을 꾸었다.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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