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 양양 에세이
양양 지음 / 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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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름이다. 아니 옛날 중국의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이름이 먼저 생각난다. 양씨 성을 가진 여자를 그냥 놀리듯이 혹은 장난스럽게 부를 때 양양이라고 하기도 한다. 내게 이때까지 그랬다. 그런데 이 에세이를 읽고 한 명의 양양을 더 기억하게 되었다. 무명가수에 무명작가인 그녀. 쓸쓸할 듯한 제목과 분위기 때문에 선택한 책이다. 흔한 보통의 에세이처럼 단숨에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을 하고. 이 예상은 빽빽한 글자들과 내면을 고백하는 문장들로 더디게 읽혔다. 그녀의 속내가 여실히 드러날 때 조금은 불편했다.

 

자신의 삶을 조용히 적어나간다는 것을 어떤 것일까? 이 글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이다. 특별한 것도 없고, 철학적인 깊이도 많이 없다. 살아오면서 마주한 수많은 일들을 감정을 담아서 자신의 생각을 담아서 적었을 뿐이다. 화려한 기교도, 억지로 재미를 과장한 사건도 없다. 멋진 풍경이나 사람들을 만나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도 거의 없다. 이 없는 것 투성이 속을 가득 채운 것은 바로 자신이다. 양양의 생각, 생활, 친구, 경험, 아픔, 사랑, 그리움, 향수, 만남, 헤어짐, 웃음, 달콤함, 추억, 술 한 잔 등등. 제목처럼 이 글들은 왠지 모르게 쓸쓸하다. 그래서 더 더디게 읽혔는지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 중 일부를 같이 읽었다. 조금 더 감성과 이성을 자극하는 것은 이석원이다. 하지만 이 둘의 감성이 어딘가에서 겹쳐진다. 어떤 때는 누구의 글인지 살짝 구분이 가지 않을 때도 있다. 심리 상태나 행동을 보면 분명 이석원이 더 불안하고 불안정한데 왜 이 둘은 같이 쓸쓸하고 외롭게 다가올까? 그들의 감성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우울함이 내 앞에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도 양양은 많이 나은 편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부분만 본다면. 그리고 양양이 더 많이 타인과 교류하고 있다. 커피숍의 낯선 남자와의 대화와 술자리는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따뜻함을 그리워한다. 기억과 추억으로 삶을 되짚어 가는 글은 바로 기억과 추억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섯 꼭지로 나눈 것이 마지막에 ‘노래가 된 글’의 제목들이다. 그냥 무심코 읽었던 제목들이 지금 이 순간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쿤밍 기차여행 서른일곱 시간도 아니고 ‘요리생활’과 내 친구 배순호‘ 이야기다. 자취를 그렇게 오래했지만 한 번도 나물을 무쳐 먹을 생각을 해보지 못했고, 그 맛을 제대로 보지 못한 나의 생활이 아쉬웠고 그녀의 도전(?)이 부러웠다. 오빠 배순호의 다양한 불운과 사연은 가슴 한 곳을 아~ 하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그래도 이것을 다 넘어갔으니 다행이다.

 

‘두점박이 사슴벌레’ 포장마차는 가보고 싶다. 허름한 옛날 목욕탕 풍경은 아련하다. 도다리쑥국은 나도 어릴 때 엄마가 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추억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녀가 경험한 몇 번의 사랑은 노래가 된다. 국밥 한 그릇의 추억 속 그 아이는 지금도 그곳에 있을까. 엄마와 엄마의 엄마에 대한 기억은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게 한다.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못하다가 내기 때문에 건 전화로 그 말을 했을 때 돌아온 그 한 마디 “그래, 나도 사랑해”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삶은 늘 지나간 후에 깨닫게 되고 그리워하는 것들이 많다. 이 글들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느낀 것 중 하나다. 이석원의 글과 다른 점이 이제는 더 눈에 들어온다. 우리들의 단어가 명사가 아닌 동사인 것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일까? 나에게 해당되는 단어들이 수없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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