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기행 - 칭기스 칸의 땅을 가다
박찬희 지음 / 소나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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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했던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왜 자꾸 몽골에 자주 가? 볼 만한 게 뭐가 있어? 같은 물음이다. 우리는 휴가 등으로 해외로 나갈 경우 같은 나라를 여러 번 가면 늘 이런 질문을 던진다. 늘 새로운 곳과 새로운 물건에 관심을 두고, 해외 나가기가 쉽지 않기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늘 그립고 익숙하고 새로운 곳이 바로 몽골이다. 나도 이런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고, 가보고 싶은 곳이 넘쳐나듯이 외국도 나가면 실제 며칠 동안에 모든 것을 다 볼 수 없다. 관광을 생각하고 외국에 나간 사람과 여행을 간 사람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매년 몽골을 다녀왔다. 그 일정표가 끝에 나온다. 울란바토르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지역을 그렇게 길지 않은 일정으로 다녀온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몇 년 동안 다녀오지 못했다. 이번에는 두 명만 갔다. 이번 여행은 칭기스 칸의 생을 거꾸로 찾아가는 여정이다. 이 책 곳곳에 나오는 것이 바로 칭기스 칸이다. 한때 세계 최대 제국을 건설한 그에 대한 숭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몽고인들에게 그가 어떤 의미인지 아주 잘 알 수 있다. 그들이 신성시 하는 곳을 두고 벌어지는 몇 가지 에피소드는 낯설지만 그만큼 소중하게 다가온다.

 

몽골이란 곳을 책으로 혹은 가끔 다큐멘터리로만 보았다. 그런 내게 이들의 여정을 상상하는 것은 영상 이미지나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상상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아쉬움 중 하나가 바로 사진이 컬러가 아닌 흑백이고, 사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덕분에 과거 다큐멘터리 영상 이미지나 무협 등에서 상상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실제와 어떤 괴리가 있을지는 직접 가서 보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다. 중국 황산에서 밤에 본 별들을 다른 사람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은 갈증을 느낀 것이 바로 이런 간접 경험의 한계다.

 

이 책의 여정은 2012년 10월에 10일 일정으로 다녀온 것이다. 칭기스 칸의 고장 헹티아이막을 일주했다. 이전처럼 러시아 차 포르공을 타고 운전수 새럿과 가이드 겸 통역인 할리온과 함께 이 여행을 갔다. 이 여행을 얼핏 보면 낭만적이다. 포르공을 타고 초원을 달리고, 게르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모습을 볼 때 특히. 하지만 이런 여행에서 여행객도 힘을 합쳐 힘든 일을 헤쳐나가야 할 경우가 많다. 한국처럼 모든 도로가 포장되어 있지 않고, 차가 늪에 빠졌을 때 전화 한 통으로 금방 보험서비스가 달려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일정에 쫓긴다고 자기 앞과 옆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버려두고 갈 수도 없다. 물이 부족하여 매일 샤워는커녕 세수도 쉽지 않다. 또 화장실은 어떻고. 편안하고 볼거리가 많은 관광을 생각했다면 거의 최악에 가깝다. 물론 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면 최고가 되겠지만.

 

칭기스 칸의 땅을 다녀온다는 목적에 맞게 일정을 짰다. 하지만 몽골의 날씨와 환경이 이것을 쉽게 이룰 수 있게 도와주지 않는다. 적지 않은 곳을 다녀왔지만 변수는 곳곳에 있다. 그런데 이 변수가 여행을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도 고난도 준다. 무사히 돌아온 후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 것들은 즐거운 추억으로 변한다. 여기에 몽골에 대한 애정이 깊고 관심이 많다면 그들의 문화와 의식을 하나씩 더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보르항 할동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는 이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낯선 지역의 게르에서 만난 몽고인들은 유목민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들과 실제 만나고 대화하면서 그가 책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이해하는 과정은 나에게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몽골인들이 칭기스 칸을 숭배하는 모습을 보고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그때를 그리워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광개토태왕의 그 광활한 만주를 그리워하는 것 이상으로. 단순히 이 여행이 자신의 경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자신이 공부한 것을 같이 녹여내었다. 하나의 문화나 삶을 경험과 엮어 고찰하면서 차분하게 설명한다. 그 와중에 드러나는 몽고의 변화는 낯설지만은 않다. 안타까움도 생긴다. 몽고에서 수많은 공룡의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다. G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말은 그대로 적용된다. 광활한 초원과 높은 산과 바람과 별은 나의 허세와 낭만을 일깨우지만 실제 가라고 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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