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눈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6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미쓰다 신조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은 것은 비채에서 나온 도조 겐야 시리즈였다. 이 시리즈가 주는 재미는 일본 민속 괴담 등을 미스터리와 엮어 풀어낸 것이다. 이 시리즈를 읽다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에도가와 란포나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이 두 작가가 일본 미스터리에 끼친 영향이 크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좀더 세밀하고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라면 다른 차이를 수없이 많이 나열할 수 있겠지만 단순한 독자의 경우 그것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없다. 아는 것 하나 정도라면 란포의 소설 중 한 편이 이 단편집 속에서 인용되었다는 것이다.

 

2001년에 <기관, 호러 작가가 사는 집>으로 정식 데뷔한 것은 알았지만 도조 겐야 시리즈보다 먼저 출간된 작품들이 주로 호러물이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이 단편집에 실린 소설들도 <내려다보는 집>을 제외하면 <염매처럼 신들린 것> 이후 발표한 소설들이다. 도조 겐야 시리즈를 준비하는 중간에 발표한 것들이다. 이 작품들 중 <죽음이 으뜸이다 : 사상학 탐정>은 새로운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상은 死相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가장 먼저 나온 단편 <붉은 눈>의 소녀가 이십수 년이 지난 후에도 다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해설을 보니 작가의 문학 작품 속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이 작가의 열성팬이라면 한 번 조사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여덟 편의 단편 소설과 네 편의 엽편 소설로 구성된 단편집이다. 첫 작품이자 표제작인 <붉은 눈>은 솔직히 흔한 괴담처럼 다가와서 약간 밋밋했다. 하지만 이 소녀가 앞에서 말한 마지막 단편에 등장할 때 반가웠다. 다음에 또 어떤 사건과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를 주었기 때문이다. <괴기 사진 작가>는 읽을 때 등장인물이나 잡지 등을 작가가 만들어내었다고 생각했는데 해설을 보니 실제 있는 인물과 잡지였다. 작가의 이력과도 관계가 있었다. 하지만 재미난 것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애너그램도 눈길이 가지만 작가가 달아나는 과정에서 마주한 섬뜩한 장면과 위기탈출의 순간이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내려다보는 집>은 다른 단편들처럼 그 공포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 당시는 피했지만 그것이 아직도 있다는 암시를 주면서 서늘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붉은 눈>의 마지막 문장에서 보여주는 퇴마술은 비교적 간단한 방식이다. 대화만으로 구성된 <한밤중의 전화>는 읽는 도중에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특별한 설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흔하게 듣던 구성인데 바뀐 분위기가 조용하고 늦은 밤과 어우러져 순간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다. 친한 친구의 전화기로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존재가 전화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재나방 남자의 공포>는 도조 겐야 시리즈와 닮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일반적인 공포 소설과 별 차이가 없다. 실제 재미를 주는 부분은 늦은 밤 노천탕에서 재나방 남자와의 대화다. 이 단편집에서 미스터리 요소가 가장 강한 단편이다. <뒷골목의 상가>는 작가가 한 남자의 체험담을 음향 효과를 내는 단어들의 사용으로 공포를 만들어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름과 대답이다. 귀신 같은 존재들이 인간의 대답이나 허락을 통해 그들을 집어삼키는 장면은 세계 어디에서나 보게 되는 형식이지만 늘 서늘한 기분을 전해준다.

 

<맞거울의 지옥>은 어릴 때 굉장히 신기했던 장면이었던 공간의 끝없는 반복과 소실을 괴담으로 풀어낸 것이다. 정해진 설정을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영화 등으로 만들 때 공포가 더 잘 표현될 것 같다. 아니면 뛰어난 이미지 형성 능력이 있는 독자이거나. 네 편의 엽편 소설인 괴담 기담은 솔직히 어떤 공포를 느끼기에 너무 짧았다. 하나의 괴담 기담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 괴담 중 하나가 단편 속에 인용된다. 이렇게 이 단편집은 독립적이지만 알게 모르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작가가 직접 등장하기도 하면서 미쓰다 신조 월드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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