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없는 나무 1 단비청소년 문학 9
크리스 하워드 지음, 김선희 옮김 / 단비청소년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미래의 묵시론적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이 세계는 나무나 풀 같은 자연물은 사라졌고, 생존을 위한 식량으로 옥수수만 존재한다. 이 옥수수는 유전자 조작으로 황무지 같이 척박한 이 세계에서도 잘 자란다. 그런데 이 옥수수는 젠텍에 의해서만 재배된다. 누군가가 옥수수를 무단으로 재배하다가 걸리면 젠텍의 요원들이 잡아간다. 현대 기업들이 아예 옥수수 알을 심어도 자라지 않게 조작한 것에 비하면 아주 착한 설정이다. 작가도 이 부분을 잘 알 텐데 왜 이런 설정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포식집단이 있다. 바로 메뚜기 떼다. 이 메뚜기 떼들은 사람부터 나무까지 모두 달려들어 먹어치운다. 하지만 유전자 조작된 옥수수는 이 위협에서 유일하게 안전한 식량이다.

 

첫 시작은 한 소년, 반얀이 나무를 만들어주고 식량을 받기로 계약하는 장면이다. 이 식량은 당연히 옥수수다. 소년이 나무를 만든다고 했는데 이때 만들어지는 나무는 제목처럼 뿌리가 없는 나무다. 즉 철이나 플라스틱 등을 이용해서 나무 모양을 만들 뿐이다. 사람들이 실제 나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 시대에 이 뿌리 없는 나무는 부자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예술품이다. 반얀은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이 나무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하지만 1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끌려가 사라졌고, 소년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려내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니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황무지 같은 분위기에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찾아볼 수 없는 세계다. 옥수수로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하고, 옥수수를 튀겨 팝콘으로 만들어 먹는다. 계약의 대가도 역시 옥수수다. 반얀이 일하는 집에서 한 여인의 나신 속에 그려진 나무 문신은 집주인 프로스트가 바라는 나무 모양이다. 소년은 재료를 모으고 작업을 시작한다. 이때 이 집 아들과 딸처럼 보이는 소녀가 그의 곁으로 온다. 소녀가 가진 사진 속에서 나무와 아버지를 발견한다. 그렇게나 열심히 찾아다녔던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단순히 한 소년이 디스토피아 세계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액션이 조금씩 늘어난다. 반얀은 프로스트가 나무를 찾아 떠난 후 그 집에서 식량을 챙기고, 프로스트의 아들 살과 함께 GPS를 구하기 위한 여행을 한다. 이때 옥수수 밭에서 한 무리의 해적들에게 잡힌다. 이들은 해적들의 교역대상으로 잡혔다. 이 시대는 사람이 하나의 식량으로 거래되기도 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마지막 장면들을 위한 하나의 장치다. 그리고 이 해적 무리 속에서 한 소녀 알파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 사랑은 빠르게 타오르지만 다른 적의 등장으로 제대로 성숙할 시간을 가지지 못한다.

 

미래 디스토피아 세계 속에서 환경과 생태에 대한 고찰이 이어질 것이란 나의 예상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사라졌다. 한편의 SF소설로 변했기 때문이다. 중반 이후 복제인간이 나오고, 거대한 옥수수 밭에서 액션이 펼쳐지고, 왜 메뚜기 떼들이 무서운지 섬뜩한 장면을 보여준다. 이런 장면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설정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느낌보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 같다. 이 낯선 등장은 갑작스러운 설정으로 이어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몰입도를 떨어트린다. 그리고 반얀의 친구 혹은 동료의 역할을 한 사람들이 너무 쉽게 죽는다. 가차 없이 진행된다. 살짝 놀란 대목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문장이 유기적이지 않다. 쉽게 몰입하지 못하게 한다. 작은 이야기에서 규모를 조금씩 키워나가는데 이것이 자연스럽지 않다. 한 소년에게 너무 많은 행운과 기회가 찾아와서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한 편의 모험 소설로도 그렇게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좀더 세밀하고 잘 짜인 구성과 설정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최근에 본 가장 최악의 분권이다. 한 권으로도 충분한 것을 무리하게 두 권으로 나눴다. 소재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그것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조금 아쉽다. 뿌리 없는 기계 등으로 만들어진 것도 과연 나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제 제목의 의미는 알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