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미지마치 역 앞 자살센터
미쓰모토 마사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발음이 어려운 제목이다. 자극적인 제목이다. 역 앞에 자살센터가 있다니 희한하다. 그런데 이 자살센터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식 기관이다. 한 유명 유도선수가 투신 자살자와 부딪혀 죽은 후 논쟁이 벌어졌고, 그 후 자살을 관리하기 위해 생겼다. 이 자살센터에 오면 바로 자살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다섯 번의 정기 방문과 의사를 타진한 후 죽게 된다. 이 다섯 번의 방문은 자살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충분히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이자 그들의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고 바로잡을 수 있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하는 시간이다. 그래도 자살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다.

 

자살센터를 만든다고 자살이 관리가 될까 하는 의문이 먼저 생긴다. 소설적 상상력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어느 정도 감안하자. 이 소설 속에서 자살센터를 통하지 않고 자살을 할 경우 자살자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불이익이 주어진다. 그리고 자살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나이가 열네 살부터로 제한되어 있다. 열세 살은 자살센터를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학생들이 자살하는 경우는 매우 한정적이다. 왕따로 인한 자살일 경우 학교 교직원과 관련 학생들은 실직을 하거나 평생 낙인이 찍힌 채 살아야 한다. 작가가 설정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몇 가지 장치들이다.

 

도이 요스케는 전철에서 묻지마 살인에 의해 한 살된 아기가 죽었다. 재판이 벌어졌고, 6년이 지난 후 살인자는 사형되었다. 이 범인의 죽음이 도이로 하여금 현실에서의 삶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작가는 처음에 왜 그가 자살하려고 하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이 자살센터의 운영과 그의 평범한 일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뿐이다. 유리는 그의 전처이자 아기의 엄마다. 이혼 후 정기적으로 만나다가 갑자기 그 주기가 깨진다. 그들의 만남은 그 어떤 낌새도 없다. 건조하다. 하지만 이 건조함 뒤에는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강한 외로움과 괴로움과 고통이 존재한다. 아기가 죽게 된 사연이 나올 때, 진실이 하나씩 풀려나올 때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용솟음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살을 생각할 것이다. 실제 자살하는 사람은 이 중에서 극히 일부다. 자살의 가장 많은 이유 중 하나가 금전적 문제다. 이 자살센터는 이 문제를 해결해줌으로써 자살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도이같은 경우는 말리는 것이 쉽지 않다.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하거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주변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찾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살아야 하는 이유도 진심으로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소설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다. 치열한 문제의식이 없다보니 속도감 있게 읽히지만 함께 고민하고 생각할 거리가 부족하다. 자살만 놓고 본다면 <유령 인명 구조대>가 더 현실적이고 더 재미있지 않나 생각한다.

 

모호한 꿈에서 시작하여 사람을 죽인 후 시체 일부분을 가족에게 보내는 절단마에 대한 이야기가 같이 나온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도이의 삶과 자살센터도 같이 흘러나온다. 중심에 있는 것은 자살센터를 방문하는 도이가 있고, 작은 에피소드처럼 꿈과 절단마가 나온다. 흔한 추리소설이라면 절단마와 도이를 연결시켜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있겠지만 이 둘은 다르게 진행된다. 다섯 번의 자살센터 방문이 중심을 잡고 다른 이야기들이 같이 다루어지면서 죽으려는 도이의 사연을 하나씩 풀어낸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개인적으로 깊은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의 비약은 약간 뜬금없었다. 풀어놓은 설정을 억지로 연결시키고 현실을 파괴해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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