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재민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현직 판사의 소설이다. 작가 후기를 보니 세계문학상 1회부터 응모했다. 응모 이유도 작가가 되고 싶었던 어머니를 작가로 만들어드리고 싶어서 엄마의 일기에 그의 글을 보태 공동 저자 형식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 판사 하지환의 엄마 일기가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첫 작품이 10년 세월이 흐르면서 많이 변했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이것을 확인할 수는 없다.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퀸의 노래를 수없이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도 이 책의 제목이 퀸의 노래 제목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노래와 제목이 왠지 같이 다가오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퀸의 노래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인공 하지환의 어린 시절과 현재를 관통하는 하나의 노래이자 그의 삶이 새롭게 정리된 곳인 신해시를 다시 방문하게 만든 한 친구의 죽음과 그 현장에 틀어져 있던 노래이기 때문이다. 멜로디와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이 좋아 들었지만 한 번도 가사 내용을 번역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실제 가사는 충격적이었다. 이 충격적인 가사가 이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책 정보를 보면 우연한 한마디가 마음의 지옥문을 열었다고 하는데 실제 내용은 다르다. 물론 죽은 엄마의 사망 원인이 의료 사고의 외양을 가지고, 한 도시를 지배하는 세력과의 외롭고 힘든 투쟁이 앞부분에 나온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투쟁이 중심에 있지 않고 한 남자의 심리 분석으로 흘러가 버린다. 이때부터 이 소설의 힘은 약해진다. 물론 정신분석을 통해 한 인간이 자신의 감정과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기대했다면 다를지 모르지만 감정과 상황과 분석을 도식적으로 대입하면서 장황하게 늘어놓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구성적으로도 그가 제기한 소송과 함께 같이 교차한다거나 갈등 요소가 중첩되었다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인간의 성장에 박수를 쳤을지 모른다. 소설 속에서는 거의 이 부분만 계속해서 풀어낼 뿐이다.

 

이 책에 가장 관심을 둔 부분은 의료 사고다. 류마티스 환자가 아닌 엄마가 류마티스 약을 몇 년간 복용한 결과 암으로 돌아가신 것을 안 아들이 어떻게 이 사건을 풀어갈 것인가 였다. 앞부분에서 빠르게 진실을 알게 되고, 소송을 제기한다. 한 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병원의 힘은 거대해서 이제 겨우 발령난 신입 판사에게 계속해서 다양한 소송 취하의 압력이 가해진다. 이 소설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압력이 어떤 식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권력의 힘 앞에 힘겹게 싸우기보다 현실의 한계 속에 그대로 머물고 만다. 그리고 정신분석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엄마의 관계를 분석하고 이해하면서 현실의 벽 안으로 더 물러서버린다. 치열함이 사라진 곳에서 현직 판사의 유치한 변명만 보이는 것 같다. 물론 아주 현실적인 상황과 관계를 잘 보여준 것은 틀림없다.

 

임직원 천 명이 근무하는 신해성모병원의 류마티스 센터의 전문의 우동규 과장, 그는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을 속여 류마티스 환자로 만들어버렸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은 계속해서 통원 치료를 하지 않는 반면 류마티스 환자들은 계속해서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위에 문제가 생긴다. 하지환의 엄마가 그렇게 죽었다. 여기에는 병원의 이익과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같은 의료계의 부정부패도 엮여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실이 밝혀진 후 병원이 보여준 행동들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백미는 바로 이 부분이다. 법원 관계자가 아니면 이렇게 이 커넥션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보여줄 수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소설은 친구의 죽음과 귀향, 그리고 과거로의 회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들을 연결해주는 노래가 바로 보헤미안 랩소디다. 하지환이 경험한 죽음들이다. 죽음은 단순히 죽는다는 것을 넘어 한 인간이 세상을 새롭게 보고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부분을 정신분석으로 너무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 긴박하고 긴장감이 넘쳐야 할 이야기가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권력이 부정, 부패와 진실을 어떻게 왜곡하고 숨기는지 볼 수 있어 좋았다. 하지환에 투사된 작가의 모습이 어느 정도인지 살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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