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Sunny 1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오주원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부터인가 마츠모토 타이요의 만화를 즐겨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모두 본 만화는 많지 않다. 하지만 <죽도 사무라이>를 한 권씩 읽으면서 투박해 보이는 그림 뒤에 가려진 잘 짜인 편집과 연출을 보면서 감탄했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별아이 보육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 담긴 여러 원생들의 사연과 생활은 한 번 볼 때보다 다시 그냥 펼쳐서 유심히 볼 때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무심코 지나간 그림이나 대사가 새롭게 다가올 때도 많다. 각 장면이 의미없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 6화가 실려 있다. 시작은 한 소년 세이가 보육원에 오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별아이가 그냥 학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곳에 사는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기숙사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활이 힘든 부모가 이곳에 아이를 맡겨 두고 간다. 자주 이곳을 찾아오는 부모도 있지만 1년에 한두 번만 오는 부모도 있다. 하루오의 경우가 후자다. 늘 반항적이고 강할 것 같지만 아이의 모습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좋아하는 마키오 형이 왔을 때 그의 행동은 이것을 아주 잘 보여준다. 엄마에 대한 만남이 헤어지는 무서움을 변하는 순간을 표현할 때 이 어린 소년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상처가 손에 잡힐 것 같다. 이 대화를 자는 척하면서 듣고 있는 세이의 모습도.

 

별아이에 사는 아이들은 부모와 같이 살지 않지만 결코 웃음을 잃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순수함을 잃어가지만 그곳에 잘 적응해서 살고 있다. 하루오가 써니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고, 겐지가 놓아둔 성인 잡지를 보면서 어른인 척 하지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두려움과 상처는 어느 순간 밖으로 표출된다. 이것은 겐지의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신문을 돌려 돈을 모으지만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술값으로 나갈 뿐이다. 답답하다. 중학생이 바에서 술로 자신의 화를 누그러트린다. 늦은 밤 자전거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릴 때 그의 모습은 잠시라도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처절함이 보인다.

 

각 화마다 등장하면서 배경처럼 보였던 타로가 사라진 아이를 찾아 데려오는 6화는 보육원 아이들의 일상이 살짝 나온다. 소년과 소녀들의 치기 어린 장난들도 같이.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건은 쇼스케가 홀로 돌아다닌 것이다. 이 아이를 찾기 위해 보육원 아이들이 찾아다니는데 이때 세이가 한 마디 한다. “저긴 우리 집이 아니야”(206쪽) “절대 아니야”(207쪽)라고. 다른 아이처럼 그 동네 말을 사용하지 않는 세이가 지닌 절망이 역설적으로 표현되었다.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띠지에 나오는 <핑퐁>과 <철근 근크리트>를 읽지 않았다. 그러니 그 만화에 등장하는 소년들의 모습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작가 자신의 소년기를 토대로 그려내었다는 문구만으로 눈길이 간다. 그리고 써니의 정체가 보육원 뜰 한구석에 방치된 고물차라는 것을 앞부분에서 알게 된다. 그곳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휴식처이고 대화의 공간이다. 또 써니는 아이들의 상상력이 발휘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 만화가 몇 권까지 나올지 모르지만 아직 수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을 것 같다. 학구파에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서 그곳에 동화되지 못하고 있는 세이가 과연 어떻게 변할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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