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분의 일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혜영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출간된 기노시타 한타의 소설이다. 이번 작품도 역시 재밌다. 그리고 이전 작품처럼 연극 무대를 보는 느낌이다. 현재의 시간을 먼저 보여준 후 이 사건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서로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평범하지만 잘 짜인 구성으로 반전과 반전을 펼치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작가의 장기가 아주 잘 발휘되었다. 개성 강한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상황을 꼬고, 반전을 연속으로 펼치면서 다른 반전은 또 없나 찾게 된다.

 

제목 <삼분의 일>은 세 명의 은행 강도가 2억 엔을 훔친 후 분배하기로 약속한 몫이다. 그런데 이 분배가 쉽지 않다. 나누기로 한 것을 두고 서로 티격태격한다. 단순히 운전만 한 고지마의 몫을 낮춰야 한다고 슈지가 주장한다. 겐도 여기도 동조한다. 흔히 보는 갱 영화처럼 분배가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경찰차 소리가 들린다. 슈가 밖을 보기 위해 나간다. 이때 고지가 겐에게 이등분을 제안한다. 슈지를 죽여서 둘이서 1억 엔씩 갖자고 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다음에 벌어질 상황을 예상한다. 하지만 작가는 나의 예상을 산산조각낸다.

 

은행 강도 후 그들이 모인 곳은 슈지와 고지마가 일하는 카바쿠라 허니버니다. 슈지는 점장이고, 고지마는 웨이터다. 겐은 손님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세 명의 남자들이 은행 강도를 위해 모이기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슈지는 경마에, 고지마는 도박에 중독되어 있고, 겐은 사업이 부도직전이다. 모두 돈이 궁한 상태다. 하지만 돈이 없다고, 빚이 있다고 은행을 털지는 않는다. 이런 은행 강도가 왜 벌어지게 되었는지 슈지의 실수와 마리아의 등장으로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카바쿠라 허니버니의 시간과 교차하는 과거를 통해 이 은행 강도 뒤에 숨겨진 비밀들을 하나씩 벗겨낸다. 하나의 반전 뒤에 숨겨진 하나의 사실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배신의 연속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배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복수도 같이 풀린다. 카바쿠라 허니버니에서 일어나는 장면들이 무대 속에 나온 세 명의 배우들의 연극을 보는 느낌을 주는데 이것을 실제 의도적인 연출의 결과다. 작가가 노골적으로 이런 식으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뒤에 드러나는 사실을 볼 때 그들은 연출가의 노련한 연출에 의해 자신들의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물론 여기에 다시 반전이 펼쳐진다. 반면에 카바쿠라 이외의 장면들은 이 연출된 장면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또 다른 반전을 위한 장치로 활용된다.

 

무대 위 세 명의 강도가 속고 속이는 역할을 맡아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면 이들 뒤에서 상황을 꾸미고 연출하는 역할을 맡는 사람들은 각자가 바라는 마무리를 예상하면서 피날레를 기다린다. 그런데 예상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는다. 무대 위의 배우들이 그들의 연출에 반기를 든 것이다. 만약 조금만 실수해도 아주 끔찍한 보복이 기다리는 상황에서 말이다. 무대 뒤 연출가 역할을 맡은 두 명의 악당은 아주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70 노구의 시부가키 다미코는 한니발의 역겹고 두려운 악의와 공포를 부분적으로 아주 잘 재현한다. 보면서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이런 개성 강한 인물들이 어떻게 보면 평범한 세 남자를 극한까지 몰고 간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구석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 수도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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