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견인
김비은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사실 큰 기대를 가지고 읽지 않았다. 작가가 어릴 때부터 추리소설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알렸다는 소개도 있지만 불분명한 약력과 10대 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눈에 거슬렸다. 불분명한 약력이야 세계적인 작가들에게도 있는 일이니 문제가 될 수 없고,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 같은 소년 탐정들이 주인공인 작품들도 많으니 이것도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무대가 미국이고 미국인이 등장인물이란 점이 다시 눈에 들어왔지만 이런 종류의 작품은 이미 수없이 많지 않은가. 아마 이 모든 것들이 함께 나와 살짝 감정을 건드렸는지 모르겠다.

 

십대의 대결 구도와 소시오패스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간다. 연쇄살인범인 스칼렛 에이들과 동갑내기 사립 탐정 루카스 튜더가 바로 그들이다. 스칼렛의 부모가 살해당하고 후견인으로 아버지의 친구가 유언으로 지정된다. 그런데 나중에 유서가 위조되었다고 알려지고, 새로운 후견인이 나타난다. 그는 스칼렛의 가정교사였던 테이트다. 이 변화가 조금 이상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두 남매가 끔찍한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 후 이 남매는 스칼렛에게 살해당한다. 이 일의 뒤에는 테이트와 테이트가 데리고 온 아이 노엘이 있다.

 

튜더의 이야기는 튜더가 아닌 술집에서 그를 만난 타일러가 한다. 그는 연인을 잃은 슬픔에 빠져 살고 있다. 튜더와의 만남은 그의 인생에 새로운 장을 열어준다. 삶의 의미를 잃은 그에게 이 일은 아주 큰 변화다. 그 동네의 유명한 사립 탐정인 튜더는 등장부터 심상치 않다. 술집 격투 장면은 육체적 정신적 능력을 아주 잘 보여준다. 탐정 활동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주지만 반면 그 수사는 굉장히 아날로그적이다. 해커 할로윈의 악마가 보여준 정보 수집 능력과 비교하면 왠지 아쉬움이 생긴다. 능력을 한정시키려고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사실 이야기의 무게는 튜더에 더 실려 있다. 스칼렛의 경우 모든 사건의 중심에 놓여있지만 등장 빈도나 활약이 굉장히 정적이다. 직접적으로 활동하기보다 주변 사람들을 이용해 적들을 자기 집으로 끌어들인다. 마치 거미줄 같다. 연쇄살인범인 그녀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녀를 찾아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억지로 그녀의 정체와 위치를 숨긴다. 튜더에게 사건을 의뢰한 에밀리의 오빠도 마찬가지다. 힘들게 암호를 풀어도 그녀의 정체와 위치를 숨긴다. 아니 정체를 알려주지만 위치를 숨긴다. 그 위치도 생각해보면 쉬운데.

 

캐릭터가 중심에 놓여 있다. 그러다보니 구성이나 전개가 조금 허술하다. 모든 사건의 배후에 알 수 없는 단체가 있다는 설정이지만 모호하다. 억지스럽다고 할까. 캐릭터 또한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연쇄살인자인 스칼렛이나 후견인 테이트나 노엘 등의 심리 묘사가 깊지 않다. 이들이 표피적으로 묘사되다보니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할로윈의 악마도 그렇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타일러와 튜더다. 타일러의 과거를 생각하면 그의 활동은 너무 미숙하다. 튜더의 과거가 간략하게 흘러나오지만 사람들이 납득할 수준으로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어떻게 보면 충분한 단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건과 사건을 이어주고, 사람과 사람을 묶으면서 풀어내는 그 과정이 너무 쉽게 흘러간다. 그래서인지 긴장감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예상한 것보다 쉽게 읽히지만 그것은 재미보다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는 내용과 전개 때문이다. 다양한 설정을 풀어내어 자신의 관심사를 소설 속에 녹여내었지만 그것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단지 참고 정도로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면서 보여주는 장면들이나 에필로그는 상투적이다. 어떤 호기심도 더 불러오지 못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렇게 지루하지 않고 긴 호흡의 글을 썼다는 사실은 한 번 더 다음 작품에 기회를 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