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메리의 아들 밀리언셀러 클럽 73
아이라 레빈 지음, 조지훈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로즈메리의 아기> 후속편이다. 사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까지 후속편이 있다고 생각도 못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다시 책이 번역 출간되는 과정을 거친 것을 생각하면 의외의 모습이다. 출간연도를 보니 1997년도다. 한국에서 비교적 아이라 레빈 소설이 인기가 없다고 하지만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 중 하나가 종말론이란 점을 감안하면 역시 아쉽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후 솔직히 조금 이해가 된다. 마지막 장면을 본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시간은 1999년 11월9일. 출간된 연도보다 살짝 미래의 시기다. 이 시기는 종말론이 광풍처럼 휘몰아치던 시기다. 거기에 밀레니엄 괴담까지 가세해서 전 세계를 뒤숭숭하게 만들던 때다. 이것은 현실의 모습이고, 소설 속에서는 새천년을 맞이하여 앤디와 함께 축하하려는 분위기가 더 강하다. 앤디가 누구냐고? 바로 전작에서 악마가 로즈메리를 통해 세상에 내놓은 아기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앤디의 정체를 모른다. 오히려 그를 새로운 구세주처럼 생각한다. 사람들의 가슴에 'I♥ANDY' 배지가 달려있다.

 

전편에서 로즈메리로 하여금 악마의 아기를 가지게 만들었던 일당 중 마지막인 스탠리 샌드 박사가 교통사고로 죽는다. 이 순간 27년 동안 잠들어 있던 로즈메리가 깨어난다. 잠에서 깨어났다고 생각한 그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갔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연도를 듣고, 자신이 변한 모습을 본 후 기나긴 시간이 흘러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기 아들을 찾는다. 27년 동안 잠들었던 환자가 깨어났다는 사실은 뉴스가 되기 충분하다. 텔레비전에서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앤디가 자기 아들임을확인한 그녀는 방송 출연으로 27년 만에 아들을 만난다.

 

작가는 노골적으로 기독교적 세계관을 종말론과 연결시켰다. 악마의 아이를 세상을 구할 구세주로 내세우면서 로즈메리를 성스러운 엄마로 만들었다. 천주교의 예수와 성모를 현세에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악마의 아들이지만 동시에 사람의 아들인 앤디는 로즈메리에게 고백한다. 자신이 어떤 힘든 상황을 넘어서 현재의 모습으로 자랐는지. 물론 아직도 그의 몸속에는 악마의 표시가 남아 있다. 분노가 표출되면 악마의 표식인 뿔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일상에서 그는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위대한 사람일 뿐이다.

 

소설은 어떻게 보면 평범하다. 27년 만에 깨어난 로즈메리와 아들의 상봉 정도랄까. 하지만 전편처럼 불안감과 긴장감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계속 유지된다. 그의 정체를 보통 사람과 다르게 해석하는 단체가 존재하고, 가끔 세계의 다른 곳에서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앤디와 그의 단체가 준비하고 있는 전 세계적인 촛불 행사는 종말론적 세계와 맞닿아 있다.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만약 이 촛불이 모두 타오른다면 어떤 화학 무기로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언제 앤디가 인간의 가면을 벗고 악마로 변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계속 이어진다. <오멘>의 그림자가 나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모양이다.

 

더욱 커진 규모와 전편에서 이어지는 일들이 결합하여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 긴장감은 로즈메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반전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데 첫 번째는 역시라는 감탄사를 자아내지만 두 번째는 뭐지? 하고 묻게 된다. 어떻게 보면 진한 공포의 여운이라고 할 수 있지만 깔끔한 느낌은 없다. 보기에 따라서는 더 공포스러운 설정일 수도 있지만 지금 나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마지막 문장처럼 멍하게 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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