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여행자 - 히말라야 도서관에서 유럽 헌책방까지
김미라 지음 / 호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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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저자에게 두 가지 부러움을 느꼈다. 하나는 영어를 원서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고, 이 능력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어릴 때 인도 북부의 히말라야 산속에서 학교를 다녔다는 것이다. 물론 이 시기가 저자에게 결코 평탄하고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히말라야 산속을 뛰어다니고 학교 도서관 속에서 비밀의 도서관을 만난 장면을 읽을 때면 가슴 한 곳이 쿵쾅거린다. 하지만 가장 멋진 것은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비행기 표를 끊고 나아간 것이다.

 

모두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멸의 책, 책읽기, 헌책방, 서점 등이다. 개인적으로 앞의 세 장은 재미있었고, 얼마 전에 읽은 책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은 감상이 곁들어 있는 책방 정보라 생각보다 밋밋했다.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는 책방은 흥미로웠지만 단순한 정보로 이어진 듯한 서점 이야기는 백과사전처럼 다가왔다. 이중에서 가본 곳이라고는 딱 한 곳뿐이라 더 그런지 모르겠다. 물론 예전처럼 서점과 헌책방을 찾아다니던 시절의 나였다면 조금 다를 것이다. 뭐 그때는 전혀 외국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아 단순히 상상만으로 즐겼을 테지만.

 

불멸의 책 장에서 건저올린 “그래서 행동은 문자가 아니라 문자로부터 해방된 사람들의 것이었다.”(30쪽)란 문장은 언제나처럼 나의 말뿐인 삶을 뒤흔든다. 그렇다고 갑자기 삶이 변하지는 않는다. 예전에 절판된 책이나 금서를 구한 후 흥분했던 기억은 지금도 가슴 한쪽에 남아 있다. 금서와 애서가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읽은 책과 겹치는 부분은 새롭게 머릿속에서 정리되었고, 다른 부분은 저자가 무심코 사용한 듯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수용미학적 입장으로 풀어낸 이야기에 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커피와 책, 여행과 책, 책 냄새 등은 읽으면서 가장 많이 공감한 부분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집에는 사놓은 책으로 가득하고 언제 읽을지 모를 책 때문에 추가로 책 사는 것이 살짝 두려워졌다. 그렇다고 책사기가 중단되지는 않는다. 단지 속도가 느려질 뿐이다. 사는 것보다 읽기를 더 하고 싶지만 현실 여건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생각보다 느린 진도와 일상이 한껏 끌어올린 속도를 늦춘다. 그렇지만 뿌듯해지는 감정은 책장을 볼 때마다 샘솟는다. 정리하지 못한 책들이 방바닥에 뒹굴거릴 때는 조금 다르지만.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내가 읽은 책들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물론 읽지 못한 책들이 훨씬 많다. 다른 취향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읽은 책들은 나보다 더 깊게 읽는 느낌을 받았다. 그 깊이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이것을 밖으로 드러낼 때 단순한 정보도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그것은 책 여행자라 자칭하는 저자가 세계를 돌면서 경험한 수많은 서점과 책들과의 만남에서 자연스레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녀가 경험한 수많은 서점과 읽은 책들은 어느 순간 조금씩 잊혀 가겠지만 그 경험과 느낌은 살아가는 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음 책에서는 서점보다 자신이 읽은 책들을 자기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표현한 것이었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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