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당하고 싶은 여자
우타노 쇼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저를 납치해주세요” 자극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자신을 납치해달라는 소설이나 영화가 이전에도 있었다. 보통 자신의 납치를 통해 관심을 얻고 사랑을 확인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납치 사건을 펼치는 이유가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사랑의 확인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너무 위험한 일이지만 일단 시작은 그렇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사장 부인에 아름답고 멋진 외모를 지닌 그녀가 요청할만한 사건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언제나 보이는 것 너머에 더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기 마련이다.

 

두 남자를 내세워 이야기를 진행한다. 한 명은 고미야마 다카유키, 납치를 의뢰한 고미야마 사오리의 남편이다. 또 다른 한 명은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화자 구로다다. 납치사건이 먼저 벌어지면서 다카유키의 행동과 심리묘사를 통해 사건 진행을 알려준다면 구로다는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이면을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야기가 다카유키를 통해 알려진다면 대중에게 숨겨진 이야기가 구로다를 통해 나온다. 결국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쥐고 있는 인물은 심부름센터 소장인 구로다다.

 

미모의 유부녀 사오리의 의뢰가 위험성이 가득하지만 빚에 시달리는 소장에게 이것은 황금알을 낳는 의뢰다. 그가 꾸민 시나리오는 멋지게 성공한다. 물론 이것이 쉽게 성공하게 된 것에는 사오리의 내부 정보가 한 역할을 했다. 사오리의 납치를 통해 다른 가족으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방식이다. 경찰의 시선이 사오리 쪽으로 옮겨져 있을 때 다카유키의 누나를 공략해서 순식간에 집안에 있던 돈을 뜯어낸 것이다. 이제 그가 할 일은 사오리를 풀어주고, 사전에 서로 계획한대로 사오리가 가공의 범인상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살아있어야 하는 사오리가 시체로 발견된다. 단순히 사랑을 확인하는 이벤트 같았던 납치가 살인으로 바뀐 것이다.

 

이벤트를 실제 납치 사건을 바꾼 후 희희낙락하던 구로다는 착한 인물이 아니다. 그렇다고 악당도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이용해 빚을 갚으려고 한 것뿐이다. 사오리가 쉽게 사실을 밝힐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계획이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어떻게 선택되었고, 이 납치 뒤에 어떤 무시무시한 계획이 숨겨져 있는지. 시체가 발견된 후 그가 보여준 행동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과 무척 닮아있다. 사오리를 죽인 인물이 요청한 시체 처리가 완벽하지 못해 얼마 지나지 않아 발굴된 것이 불운이라면 불운이다. 이제 그는 자신의 직업을 이용해 숨겨진 비밀을 하나씩 밝혀내기 시작한다. 재미는 이때부터 본격적이다.

 

작가는 그의 다른 작품처럼 곳곳에 간단한 문장으로 단서를 심어놓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단서는 숨겨놓았다. 의문을 품게 만드는 문장을 살짝 심어놓고 구로다를 통해 하나씩 그것을 밝혀낸다. 그가 한 발 한 발 실체에 다가가면 더 많은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결정적인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이때부터 작가는 모든 진실을 풀어낸다. 전체적인 사건의 윤곽을 알게 되는데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반전이 생긴다. 그런데 이 반전이 별로 매력적이지 못하다. 시체로 발견된 여자에 대한 감상도 공감할 정도가 아니다. 왠지 모르게 만들어둔 구성 속에 억지로 이야기를 밀어 넣은 느낌이다. 최근에 나온 소설들에 비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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