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의 전설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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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 전에 읽은 <제3 인류>에서 거인족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 단편집의 표제작 <거인들의 전설>에서도 역시 거인들을 다룬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지구 가이아의 의해 거인족들이 진화하고 발전했다면 이 만화에서는 빙하기를 대비하기 위한 거인족과 현재 인류가 나온다. 그리고 사실 분량의 4분의 3 정도를 차지한다. 모두 세 편이 실려 있는데 뒤의 두 편은 그림체가 거칠다. 아마 초기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용이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거칠다. 같은 책으로 묶여 있지 않다면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보통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할 것 같다.

 

<거인들의 전설>은 과거와 현재로 이야기를 나눈다. 과거는 빙하시대 마지막인 여섯 번째 빙기 소위 뷔름 빙기 시대다. 기원 전 6만 년 전 거인족 타이탄은 신장 5미터가 넘고 능숙하게 정신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 에너지를 통해 비행선을 움직인다. 지구의 여러 곳에서 여섯 번째 빙기가 찾아오고 있다. 목성과 화성 사이에 불타는 제5 행성을 만들어 이 빙기를 극복하려고 한다. 성공 확률은 30%도 되지 않는 계획이다. 이것을 위해 피라미드 등을 만들어 정신 에너지를 집중하려고 한다. 성공률이 떨어지는 계획 대신 남반구로 이주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 둘의 대립은 당연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당연한 것은 타이탄의 멸망이다. 여왕의 예언도 그것을 가리킨다.

 

1981년 현재는 이미 빙하기가 점점 북반구를 잠식하고 있다. 현재 과학자들이 원하는 계획은 6만 년 전 타이탄의 것과 같다. 2부의 제목도 ‘거인으로 가는 길’이다. 이를 위해 레이저 과학자를 계획에 참여시키고 목성까지 우주선을 보낸다. 불타는 행성을 만들어 지구에 열을 보내 빙하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이 계획을 위한 준비와 내부적 갈등을 다루는데 이 사이 사이에 과학 지식이 이야기에 힘을 실어준다. 그의 장편에 비해 약간 힘이 떨어지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설정과 전개다. 인류 고대사의 전설과 신화를 현대 과학 지식과 엮어서 풀어내는 실력은 역시 대단하다.

 

<태양행성 이카로스>도 역시 빙하기를 다룬다. 이것을 극복하는 방식이 다르다. 문제의 원인을 지구의 환경 오염 등으로 태양열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설정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태양 근처에 거대한 에너지 광열흡수익을 설치하여 지구로 보내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 이름은 지구해방전선이다. 그들은 에너지 독점을 외치는 세력이다. 재미난 것은 이들의 외양이 중동 사람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아마 70년대 있었던 두 차례의 석유 파동이 작가의 그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여기엔 영웅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앞의 두 편이 빙하기를 다룬다면 마지막 작품 <호라이즌 패트롤>은 좀더 오락적이다. 지구 전체를 빈틈없이 뒤덮은 교통망에서 활약하는 호라이즌 패트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들은 이 도로망 위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경찰이다. 두 명의 콤비를 내세워 이 도로망 위에서 벌어지는 사고를 해결하는데 이것이 과격해서 시민들의 불만을 산다. 여기에 레이저로 장난을 치는 악당들이 등장한다. 언제나처럼 이들의 사소한 장난이 엄청난 위기를 불러온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고의 요원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비약으로 이어지는 해결방안은 약간 황당하고 과장되어 있지만 요즘 우리의 도로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대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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