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고전 : 한국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김욱동 지음 / 비채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환경 전도사 역할을 해온 저자의 총결산 책이다. 한국편, 동양편, 서양편 세 편으로 나누어 출간될 예정이다. 이번 책은 한국편이다. 사실 한국의 환경 관련 서적을 거의 읽은 적이 없다. 나의 관심 분야가 아닌 것도 있지만 읽은 것 대부분 외국 번역본이었다. 아니면 나의 무지 탓에 읽으면서 그 가치를 전혀 몰랐을 수도 있다. 그 무지를 제대로 경험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29편의 한국 고전을 통해 녹색, 즉 환경 문제를 풀어내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글들이 현재까지 한 번쯤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시조에서 시작하여 천도교의 법설을 거쳐 시나 유행가 등에서도 환경 문제를 찾아내 그것을 해석한다. 그 해석을 읽고 있으면 여태까지 내가 생각하지 못한 삶과 사회와 철학의 문제를 엿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해석이 전적으로 나와 맞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자의적인 해석이 아닌가 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 인식과 해석을 가장 작은 것까지 확장한 것은 정말 배운 바가 많다. 특히 무심코 지나간 수많은 문장과 책들을 하나씩 풀어내었을 때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에 나올 동양편과 서양편이 벌써 기대된다면 너무 심한 오버일까?

 

구성은 간단하다. 먼저 인용할 한국 고전이나 법설이나 시조 등을 전문 혹은 부분적으로 쓴다. 그리고 이 글을 쓴 사람에 대해 간략한 약력을 설명한다. 이어서 앞에 나온 인용문을 하나씩 생태학적으로 풀어낸다. 그런데 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과정이 상당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이어진다. 이 분야의 엄청난 내공이 없다면 결코 다룰 수 없는 것이다. 하나의 글이나 인용이 저자의 해석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 흔히 깊이 파고들 때 경험하는 학문과 관심의 가지치기가 그대로 펼쳐진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흔한 말이 그대로 적용된다.

 

지구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지구 생태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은 사람들의 편리와 자본주의 이익이란 거센 바람 앞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나 자신도 편리함에 매몰되어 있다. 선조들이 쓴 글에서 이를 잡아 죽이지 않고 놓아주는 장면을 읽을 때 공생이란 단어가, 새로운 짚신을 신고 다니면 조그만 생명도 밟아 죽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할 때는 피를 빠는 모기를 때려잡지 않으려는 스님들의 의지가 떠올랐다. 창세무가가 성경의 창세기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할 때 살짝 의문이 생기지만 벌레를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하고 놀라게 된다.

 

최시형의 <향아설위> 해석을 읽으면서 제사를 이렇게 혁명적으로 해석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제사를 받들고 위를 베푸는 것은 그 자손을 위하는 것이 본위”(216)라고 했을 때 우리가 제사 지낼 때 가지는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것을 생태와 환경으로 확대하면 우리는 자손을 전혀 위하지 않는 선조가 된다. 또 이 철학은 ‘지금 그리고 여기’로 풀어내는 현실주의적 사상이다. 천도교의 종교적인 색채를 걷어낸다고 해도 이 부분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거리를 저자는 곳곳에 풀어내었다. 읽으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생각하게 만든다. 실천까지 갈 길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조그만 발걸음 한 발은 내딛은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