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 살인사건 - 제3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2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트래블 미스터리의 대가로 불리는 니시무라 쿄타로의 1980년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요 무대인 우에노 역을 지난 초여름에 다녀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역앞에 있는 호텔에서 며칠 머물렀다. 현재 역의 풍경은 소설 속에 묘사한 장면과 다르지만 불과 몇 개월 전에 다녀왔다는 사실 때문인지 무척 반가웠다. 이런 우연을 바탕으로 여행객이 아닌 일본에 사는 사람들에게 우에노 역이 어떤 의미인지 듣는 것은 새로운 느낌이다. 수많은 전철노선과 국철 등이 통과하던 그 역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완전히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한다.

 

우에노 역은 도호쿠 아오모리 역으로 가는 기차의 출발역이자 종착역이다. 아오모리로 가는 사람에게는 출발역이지만 도쿄로 오는 사람에게는 종착역이다. 제목에 종착역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소설 속 인물들이 도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가장 직접적으로 조사하면서 도쿄 역과 우에노 역의 차이를 설명하는 아오모리 현 출신 가메이 형사는 이 차이를 아주 잘 설명해준다. 아오모리 현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도쿄에서 7년을 산 7명의 친구들에게 이 역은 과거에 함께 약속했던 추억을 다시 되살리는 기회이자 공간이 된다.

 

이야기는 두 갈래로 시작한다. 하나는 가메이 형사가 고향 모교에서 선생하는 친구 모리시타의 부탁으로 하루 휴가를 내고, 친구와 함께 한 학생을 찾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7년 전 약속을 위해 미야모토가 우에노 출발 침대특급 유즈루 7호 탑승권을 산 후 친구들에게 연락해 함께 2박3일의 여행을 같이 하는 것이다. 어느 미스터리 소설처럼 이 둘은 전혀 관계없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후반부로 가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짐작할 수 있지만 어떤 관계를 맺는지는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모리시타의 부탁은 가족과 연락이 끊어진 제자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 드러나는 사실은 불편하고 어색한 부분이 많다. 가메이가 단서를 쫓아가는 도중에 미야모토 일행 중 여섯 명은 유즈루 7호를 타고 떠난다. 한 친구는 도착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역안 화장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이 소설 속 첫 희생자다. 그는 통상성 공무원 야스다다. 기차는 밤의 어둠을 뚫고 달린다. 친구들은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푼다. 밤새 달리는 도중에 또 한 명의 친구가 기차에서 사라진다. 두 번째 희생자다. 그는 가와시마다. 나중에 미토 근처 강에서 그의 시체를 발견한다. 당연히 아오모리 경찰은 이들을 호텔에 격리한 후 조사한다. 그러다 또 한 명이 죽는다. 이번에는 여자인 마유미다. 유서도 있어 자살처럼 보이는 밀실살인이다. 누가 범인일까보다 어떤 원한이기에 이런 연쇄살인이 벌어질까 호기심이 생긴다.

 

사실 이 소설에서 트릭으로 내세운 철도 운행 시간표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약하다. 책끝 해설자의 말처럼 철도전문가라면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는 정보를 조금씩 흘려보내면서 이 미스터리를 좀처럼 풀지 못한다. 이런 와중에 또 다른 살인사건이 펼쳐진다. 두 명이 더 죽는다. 이 순간 당연하다는 듯이 두 사람의 공범이 떠오른다. 그런데 작가도 이 부분에서 살아남은 두 사람이 공범이 아닐까 의심한다. 하지만 알리바이와 상황 등을 생각하면 공범이 될 수 없다. 분명 이 둘 중에 범인이 있는데도 말이다. 살인동기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트릭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형사들은 혼란에 빠진다.

 

일곱 명의 동창생이 살인자에게 한 명씩 죽어간다. 분명 이 중에 살인자가 있다. 알리바이는 견고하고 트릭은 쉽게 깨지지 않는다. 살인동기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형사들은 주변을 조사하고 단서를 하나씩 모으면서 알리바이와 트릭을 하나씩 깨트린다. 조직의 힘이다. 그 사이에 이 일곱 명의 동창생들의 삶을 간략하게 풀어낸다. 고향을 떠난 젊은이들이 타지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려준다. 이들의 삶 속에 우에노 역에 대한 가메이 형사의 감상이 녹아있다. 모든 사실이 다 밝혀진 후 왜 이 소설의 제목이 <종착역 살인사건>이 되었는지 되새겨보게 된다. 비록 살인동기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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