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샤니 보얀주 지음, 김명신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쉽게 만나기 힘든 이스라엘 소녀와 군대 이야기다. 군대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낯설고 힘들어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에서 군대를 다녀왔거나 군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읽었다면 조금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낯선 것은 역시 군 생활이다. 한국 군대에서 가장 힘든 것이 내무반 생활이란 것을 감안하면 그녀들이 겪은 군 생활은 여유롭다. 물론 대치 상황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강한 긴장감이 흐른다. 누가 더 힘든가보다 고민의 방향이 다르다. 이것을 생각하면서 읽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들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보인다.

 

세 소녀가 돌아가면서 등장한다. 그녀들이 겪고 있는 군 생활과 현실과 미래의 고민이 같이 다루어진다. 야엘, 아비샥, 레아 등이다. 각각 다른 부대에 배치되고 다른 경험을 한다. 이 경험들이 과거와 맞물리고 역사와 사건과 엮이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이 낯선 흐름은 문화 차이를 감안한다고 해도 놀랍다. 10대 소녀가 미국 드라마나 영화 등에 열광하는 것은 낯익은 풍경이지만 성적 자유도와 군 생활의 여유는 놀라울 정도다. 국가가 안고 있는 대치 상태와 긴장감이 그녀들에게는 아주 약하게 나온다. 뭐 이런 것은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볼 때도 늘 있는 것이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및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잘 모르면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이제껏 읽은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소설은 가리키는 방향이 달랐다. 이스라엘의 거장은 자신들의 삶에 집중했다면 팔레스타인은 자신들의 삶과 가장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스라엘을 같이 다룬다. 덕분에 팔레스타인이 주인공이면 이스라엘은 좋은 역할을 할 수 없다. 언론에 비쳐지는 현실의 풍경도 역시 약자인 팔레스타인에게 힘을 실어준다. 물론 팔레스타인의 테러가 있을 경우는 다르다. 이 테러에 대한 것도 역사와 상황을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거기까지 들어가면 너무 심한 논쟁으로 벌어질 수 있다. 이 소설 속 한 장면도 사실과 관계없이 언론에 의해 왜곡된 사건이 나온다. 피상적이었던 두 나라의 관계를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할 부분이다.

 

세 소녀가 어른이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가장 많은 분량을 다루는 군 생활은 한국보다 편안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군대다. 2년이란 시간은 이스라엘 남녀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이 군 복무를 마친 후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전 세계를 여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소설에도 그런 부분이 나온다. 군대 월급을 모아서 다녀온다는 사실에 부러웠다. 물론 그들도 그 후 취직이나 대입 등의 고민을 안고 있다. 단지 우리보다 조금 약할 뿐이다. 그 차이가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부러움의 대상일 수도 있지만. 그리고 예루살렘의 높은 집값과 임대료 문제는 결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요즘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보는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상명하복과 기수별로 나누어지는 선임과 후임의 관계가 한국 군대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다면 이들은 조금 느슨해 보인다. 이 느슨함은 보기에 따라서 군의 기강과 연결될 것 같지만 이스라엘 군의 강함을 생각하면 표현의 차이로 다가온다. 물론 그녀들이 근무하는 공간이 긴장도가 떨어지는 곳일 수도 있다. 수많은 군인들이 함께 근무하는 우리의 부대와 달리 이들이 있는 곳은 몇 명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와 같은 일이 벌어지기는 힘들 것이다. 더 심한 경우도 있겠지만. 팔레스타인과 대치 상황에서 벌어지는 한 에피소드는 우리와 너무 다르다. 레아가 매뉴얼을 따라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단계를 높여가는 과정은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흔히 팔레스타인 배경 소설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아비샥 오빠 댄이 군대에 갔다온 후 자살한 첫 장면은 이후 이 소녀들이 군에서 겪게 되는 부조리한 모습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댄을 사랑했던 야엘이나 환상을 가지고 국경에서 근무하던 레아나 모두 이런 부조리한 현실에서 폭력과 죽음을 마주한다. 옆에서 근무했던 동료가 전쟁에서 죽기도 한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부모가 자식들이 군대갈 때 걱정과 두려움을 안고 있는 현실이 떠오른다. 지금 인기 얻고 있는 <진짜 사나이>란 예능이 군을 살짝 미화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다. 내면을 다룬다. 그래서인지 공감을 불러오는 장면도 많이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성장하는 소녀들의 모습은 우리의 군인들과 닮아 있다. 혹은 파괴되거나.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고, 등장인물들의 상황에 몰입하지 못하면서 그 재미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지만 입대를 두려워하는 한 소녀의 목소리는 여운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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