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굿맨
A. J. 카진스키 지음, 허지은 옮김 / 모노클(Monocle)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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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경전 <탈무드>에 나오는 36명의 굿맨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이와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쓴 소설이 있었다. <36인의 아틀라스>다. 개인적인 평을 내린다면 둘 다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한 작품을 고르라고 하면 <36인의 아틀라스>다. 이 평가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것이다. <라스트 굿맨>의 후반부 전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단순히 몰입도와 속도감만 놓고 보면 더 좋은데도 말이다.

 

36명의 굿맨이 사라지면 종말이 온다는 주장에 결코 동의하지 못한다. 고대 유대민족에서 36명의 굿맨을 찾는 것이 어려웠을지 모르지만 현대는 개인적으로 100배 정도 더 많다고 본다. 이야기의 소재로 이것을 이용한 것은 좋은데 여기에 머물러 버리면 미스터리 장르가 판타지로 바뀌게 된다. 내가 이 소설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을 가지게 되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물론 이 굿맨들의 역할을 좀더 거창하게 만들었다면 고개를 끄덕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역할이 너무 약하게 느껴진다.

 

좋은 사람. 굿맨. 이들은 흔하지는 않지만 조금만 찾아보면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다. 물론 가짜들도 많을 것이다. 닐스가 베니스 형사 토마소의 연락을 받고 마지막 남은 두 사람의 굿맨을 찾으려고 할 때 이것은 잘 드러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혹은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 실제는 평범하거나 권위적인 인물이란 사실을.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 아니길 바랐다. 그런데 바로 그가 마지막 굿맨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의 속도감은 대단했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시간 단위 장면으로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여놓았기 때문이다.

 

전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닐스다. 그는 총을 싫어하고 여행공포증이 있다.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를 벗어나면 공포를 느낀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공간이 확장되지만 국경을 벗어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병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책을 통해 배운다는 것을 알게 하는 장치다. 그의 직업은 경찰이다. 임무는 교섭인. 그는 강제적인 방법을 싫어하고 배운 것과 경험을 통해 상황을 잘 풀어간다. 누구나 가는 미국 FBI 연수도 여행공포증 때문에 가지 못했지만 탁월한 실력을 보여준다. 도입부에 그가 인질범과 대화하는 장면은 약간 도식적인 부분이 있지만 그의 능력을 충분히 알려준다.

 

각 나라에서 의문의 죽음이 이어진다. 한 가지 공통점은 등에 문신이 있다는 것이다. 이 일련의 규칙을 파악한 인물이 있다. 베니스 형사 토마스다. 그런데 그의 역할이 미미하다. 닐스와의 공조를 통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 것 같았는데 다른 사람이 파트너로 등장한다. 천재 천체물리학자인 한나다. 굿맨을 찾기 위한 과정에 그녀를 만났다. 이후 그녀는 다른 굿맨들의 죽음에 대한 규칙을 발견한다. 여기에 도입된 것 중 하나가 대륙이동설이다. 약간 진부한 부분이 있지만 규칙성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제는 굿맨을 살인자로부터 지키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굿맨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재미와 속도감은 올라간다.

 

유대 경전에 나온 이야기가 현실로 이어질 때, 그 규칙성을 알게 될 때 사람들은 믿고 싶어지는 마음이 더 강해진다. 이 감정은 어느 순간 공포로 이어진다. 종말에 대한 두려움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이라면 다르겠지만. 하지만 굿맨이라면 어떨까? 이 소설의 후반부는 바로 이 부분을 말한다. 그들이 느끼는 공포가 그들을 사로잡았을 때 이성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튄다.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으로 변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본성이란 것이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강력한 힘이 작용할 때는 더욱더.

 

나쁘지 않은 소재에 속도감 있는 구성과 재미는 충분히 시선을 끈다. 하지만 기본 설정이 뒤로 가면서 힘을 빼게 만든다. 물론 이 자체가 하나의 장르이자 재미를 줄 수도 있다. 최소한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1부 사자의 서에서 인간적인 마무리로 이어졌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닐스와 한나 콤비도 조금 다른 모습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콤비가 나오는 소설이 출간된다면 손은 자연스레 나갈 것 같다. 왜냐고? 이 둘의 관계나 한나의 놀라운 추리력을 또 보고 싶기 때문이다. 닐스의 여행공포증에 대한 후기도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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