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라인 한정판 上.中.下 세트 - 전3권
꼬마비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살인자ㅇ난감>으로 나를 완전히 사로잡은 꼬마비의 죽음 3부작 시리즈 중 2번째 작품이다. 변함없이 4컷과 2등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4컷 만화로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즈망가 대왕>이 떠오른다. 하지만 2등신 만화는 어떤 작품도 떠오르지 않는다.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작가의 구성과 표현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그냥 4컷만 읽는다면 뭐지 하는 마음이 들지만 천천히 이야기를 읽게 되면 아! 하고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필요한 순간에 집어넣은 한 장 한 컷은 앞에 나온 혹은 나올 이야기를 극대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S라인이라? 요즘 이 단어를 생각하면 멋진 여자의 몸매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 만화에서 S라인은 SEX LINE이다. 성관계를 맺은 사람 수에 따라 머리 위에 빨간 선들이 나타난다. 만약 처녀 총각이라면 한 줄도 없다. 그러나 그 횟수가 많다면 그 선의 숫자가 늘어날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거의 붉은 실선 숫자를 넘어 거의 꽃으로 표현된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이 붉는 선이 자신의 치부를 표현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성 상대 수가 몇 명인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 붉은 선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헬멧을 쓴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S라인의 개수는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 중 하나를 알려준다. 이야기의 첫 시작으로 부부를 등장시킨 것은 바로 가장 작은 사회 단위고 가장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출산의 진통을 겪고 예쁜 아이를 낳는 그 순간 S라인이 나타난다. 아무 이유도 원인도 모른다. 그냥 나타났다. 이 선이 부분 사이를 이어준다. 하지만 숫자가 하나가 아니다. 남자의 머리 위에서 열 몇 개가, 여자의 머리 위에는 다섯 개가 있다. 이 둘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 가장 힘든 순간으로 바뀐다. 자신의 배우자가 아닌 머리 위에 있는 붉은 선의 개수가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내는 아이를 버리고 집을 나가고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결국 다시 서로를 인정하고 재결합하지만 집을 나오는 남편의 가슴 한 곳에 집 떠난 사이에 S라인 하나가 더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자란다.

 

다음 이야기는 종교다. 목사의 비리가 드러나고 교회는 깨어진다. 믿음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불신과 의심이 차지한다. 하지만 시간은 또 다른 믿음을 만든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믿고자 하는 대상이지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분야에서는 당연한 듯이 일어난다. 아이돌의 경우에는 잘못된 엄마의 모성 때문에 연쇄살인이 벌어진다. 그 이유는 상대가 죽으면 그 S라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살인을 청부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생긴다. 인간이 지닌 잔혹함이 이런 일들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 S라인을 통해 우리 사회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 S라인은 포토샵으로도 지워지지 않는다. 지우고 저장하면 다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에서 선택한 것 중 하나가 사람이 아닌 실물 크기의 사진판을 세워놓고 토론하는 것이다. 그 어떤 차별도 보여주지 못하는 인물들이 다른 듯이 말하는 것이다.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지 못하거나 숨기려는 사람들이 지도층인 듯 행동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반면에 이 S라인 때문에 비극적인 일도 생긴다. 바로 아동 성폭력이다. 자신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주변은 모두 알고 있다. 갑자기 나타난 한 줄의 이 선은 행복을 무참하게 짓밟는다. 아름다워야 할 청춘의 사랑은 과거의 흔적으로 큰 고통으로 변한다. 다행이라면 그 곁에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는 것 정도랄까.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 머리 위의 S라인 숫자에 눈길이 간다. 그 사람의 삶을 몰래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언론에 의해 아름답게 포장된 늙은 노부부의 사연이나 S라인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를 찾고자 하는 사람과 이것을 이용해 언론의 특종을 잡으려는 기자까지. 갑자기 사라진 자신의 S라인 하나를 보고 과거의 상대가 궁금해지는 남자의 사연은 어쩌면 남자들의 일반적인 감상일 것이다. 그것이 비록 감정의 찌꺼기 일지라도. 그러나 이런 세상일지라도 진솔한 사랑은 자란다. 그것을 희망이라고 불러야 할까?

 

가정, 학교, 종교, 개인들을 다루고 있지만 일반 회사는 빠져있다. 회사원으로 왜 빠졌을까 궁금하다. 사내 연애나 불륜이 분명 하나의 이야기가 될 텐데. 뭐 이와 비슷한 것은 대학 MT를 통해 보여줬다. 그러나 좀 부족한 느낌이 있다. 그 이후 일어난 이야기가 생략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인 인터뷰를 통해 S라인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풀어낸다. 각자 겪은 경험에 의해 그 답은 다양하게 나온다. 뭐 여기서도 숨기려는 마음이 곳곳에 드러나지만.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우리 사회가 숨기고 있는 혹은 속이고 있는 사실과 감정들을 하나씩 밝혀낸다. 그것이 불편하고 잔혹하고 참혹하다 할지라도 조그만 희망을 남겨놓았다. 사랑이다. 그리고 이 엄청난 사건을 일상으로 만드는 사람들의 엄청난 적응 과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바로 이런 부분들이 읽는 나로 하여금 감탄하게 만든다. 이 감탄은 작가의 통찰력과 분석력과 표현력에 대한 것이다. 이미 <살인자ㅇ난감>에서 한 번 겪었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를 더 키웠다. 마지막 <미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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