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사람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2년 전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란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142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라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이번에 재간되었다. 세부적인 변경 사항은 모르겠지만 이 책에 담긴 두 편의 중편소설 제목이 바뀌었다. 제목 및 표지가 바뀐 것과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전 것이 더 마음에 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내용은 변함없으니 만족한다. 그리고 작가가 말하는 운명의 사람에 대한 의문과 이야기는 더 만족스럽다.

 

사실 두 편의 중편소설로 구성된 책인 줄 몰랐다. 첫 편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너>를 읽으면서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상상하는데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조금은 황당했는데 차분히 되짚어보면 읽으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들이 의문과 여운으로 남는다. 그것은 귀족 출신 아키오의 열등감과 사랑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의 첫 결혼이 가족들과의 불화를 가져오지만 그 선택을 밀고 나갈 정도의 열정과 뚝심이 있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삐거덕거리는 결혼에 대한 그의 선택은 우유부단하다. 거기에 직장상사이자 상담가로 등장한 도카이 씨는 은연중에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이 가능성이 아내 나즈나와의 결혼을 더 흔들어놓는다. 아니 흔들리는 것은 아키오지만.

 

<그 누구보다 소중한 너>의 첫 장면은 혼란스러웠다. 분명 남자 친구 세이지가 있는데 다른 남자 구로키가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런 주인공 미하루의 연애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하지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서 이 세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관계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소용돌이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육체적 욕망에 의한 관계처럼 비쳐졌던 미하루와 구로키의 관계는 강한 절제와 인내가 없으면 결코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이야기는 끝난다. 열린 결말로 독자에게 상상할 공간을 남겨놓았다. 보기에 따라서는 무책임할 수도 있지만.

 

두 중편 속 주인공의 성별은 각각 다르다. 첫 편은 남자고, 다음 편은 여자다. 이런 설정이 의도적인 것 같다. 아키오의 사랑이 굉장히 안정 추구적이라면 미하루의 사랑은 감성적이다. 아키오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안정을 추구하는 과정을 다룬다면 미하루는 이미 그 열정의 감정에 빠져 있다. 결혼을 앞둔 남자 친구가 있지만 섹스가 주는 강렬함과 구로키가 주는 열정에 푹 빠져 있다, 아키오가 한 발 나가기 위해 수많은 과정을 거치지만 미하루는 이미 모두 경험한 후 빠져나가려고 한다. 빠져나오는 것이 감정의 문제라면 쉽지 않다. 이 둘에게 감정을 벗어나는 방법은 비슷하다. 한 명은 죽음이고, 다른 한 명은 떠남이기 때문이다.

 

운명의 사람이 정말 있는지 아직 모르겠다. 일상의 감정을 공유한다고 그 사람이 운명의 사람일까 묻지 않을 수 없다. 도카이나 구로키와의 일상이 지속된다고 해서 그것이 운명의 사람은 아니다. 끌린다는 것만으로 정의하기는 더 어렵다. 사랑의 지속 가능 시간이 불과 몇 개월에 불과하다는 정보에 의하면 아키오와 미하루의 사랑도 그 시효는 분명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영원히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도 바로 그들의 죽음 때문임을 생각하면 이해가 더 쉽다. 좀더 비낭만적으로 표현하면 그들의 사랑은 우리나 주변 사람들이 경험하는 수많은 사랑 중 하나다. 그렇기에 이 사랑이 여운을 남기는지도 모르겠다. 관계를 간결하게 만들고 좁혀 놓았는데 더 많은 가능성이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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