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의지는 없다 -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자유 의지의 허구성
샘 해리스 지음, 배현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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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유 의지. 나는 지금까지 이것을 믿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자유 의지가 단연코 환상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의지는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믿는 자유 의지 관념이 과거에 자신이 했던 것과 달리 행동할 수도 있고, 지금 우리가 하는 사고와 행동의 의식적 원천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두 가정에 근거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두 가정이 모두 틀렸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논증으로 심리학과 신경학을 이용한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저자의 논증에 빠져들게 된다.

 

저자가 질문으로 던진 몇 가지 예는 사실 끔찍한 것이다. 연쇄살인범에 대한 것도 있기 때문이다. 살인에 대해 아직 우리의 인식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 살인에 우리의 의지가 작용했는지 묻는다. 예를 들면 뇌종양이 있는 환자의 경우다. 좀더 극단적인 예를 들면 최면에 의해 살인한 경우다. 물론 심리학자는 최면으로 누군가를 죽일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경우 이 살인에 개인의 의지가 작용한 것일까?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살인이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된다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예로 어린 아이에게 다른 아이를 때리라고 할 때 때린 아이는 자유 의지로 그런 일을 했을 까? 아니다. 그냥 시킨 대로 했다. 그럼 어른은? 여기서 자유 의지와 선택과 결정이 등장한다. 이 선택과 결정은 자유 의지에 의한 것일까?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의 커피와 홍차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왜 오늘 아침은 커피 두 잔일까 묻는다. 이 선택과 결정에 자유 의지가 작용한 것일까? 아니면 의지의 무의식적 작용 때문일까? 또 다른 것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저자는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하는 모든 요인들을 인식해야 하고, 그 요인들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22쪽)고 말한다. 실제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

 

앞에서 말한 커피와 홍차 이야기에서 주목할 것이 있다. 그것은 이 선택이 의지의 작용이 아니라 의식 속에 ‘나타났다’고 하는 표현이다. 이런 일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자주 일어난다. 또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통제하지 못한다. 몰입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상당히 산만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머릿속은 다른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럼 몰입하는 순간은 어떨까? 좀더 생각해볼 문제다.

 

자유 의지와 도덕적 책임을 다룬 장에서 “자유 의지를 신봉함으로써 우리는 ‘죄’라는 종교적 개념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인과응보에 몰두하게 되었다”(61쪽)고 말한다. 이 두 개념은 인간의 문제들을 개인에게 예속시키는 작용을 한다. 사회 체제나 환경 때문에 일어난 일도 모두 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도덕심 부족 등으로 몰아갈 수단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개인의 의지가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교육인데 과연 현대의 교육이 이 작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묻게 되면 그 답은 부정적이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은 쇼펜하우어의 말을 다룬 주석이다. “인간은 자신이 바라는 것을 할 수 있지만 자신이 바라는 것을 바랄 수는 없다.”(97쪽) 내가 바라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바라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수많은 사람들이 묻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의 의지가 바란다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혹은 선택했던 수많은 일들이 나중에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괜히 나의 의지박약에 맞는 주제란 생각이 들지만 이 또한 나의 의지가 반영된 것은 아니다. 이런 논증에도 불구하고 의지의 중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더욱 갈고 닦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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