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꽃, 눈물밥 - 그림으로 아프고 그림으로 피어난 화가 김동유의 지독한 그리기
김동유 지음, 김선희 엮음 / 비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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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유. 모르는 화가다. 한국 현대미술에 문외한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에 대한 몇 가지 수식어가 있다. ‘전세계에 현존하는 100대 화가, 생존하는 한국 화가 중 가장 비싼 그림을 그리는 화가, 그림 시장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화가’ 등이 그것이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사실 그냥 그런 화가 중 한 명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손에 들어온 지 한참이 지난 지금 읽게 되었다. 이 실수는 오히려 화가 김동유를 선입견 없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무명의 지방대 출신 화가가 어떻게 세계적인 화가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 에세이에는 김동유 화가의 삶이 담겨 있다. 그 삶의 궤적을 더듬어 오면 얼마나 많은 시련과 고집스런 노력과 열정이 있는지 그대로 알 수 있다. 그는 이 과정을 결코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교적 담담하게 읽을 수 있다. 담담하게 읽었지만 그 속에 담긴 열정과 고집과 노력은 그대로 전달되었다. 성공한 화가의 과거가 신산한 고난과 고통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보다 그 고비에 어떤 일이 있었고, 그 고비를 넘기기 위해 그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보여줄 때 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선 사람을 걱정했다. 바로 그의 아내다. 딸이다. 성공 전 그의 삶은 그 정도였다.

 

수없이 좋은 말이 있지만 “재능이라는 것은 성실하게 제 할 일을 해내는 능력일 뿐이다.”(105쪽)고 말할 때 그의 삶을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었다. 여기에 운도 분명히 작용했다. 하지만 그 운도 역시 그의 재능과 노력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그의 학창시절이나 무명시절을 생각하면 재능에 대한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걸어온 길이 한국 미술계의 비주류고, 남의 인정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주류에 대한 그의 정의에서 그의 철학과 바뀐 환경이 만들어낸 자신감이 엿보였다. 그 자신이 ‘과거는 고난했다’라고 할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 설명이 될 것이다.

 

책 속에 그의 작품이 많이 나온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작품도 여럿 있다. 비슷한 이미지 때문이거나 실제 본 것도 있을 것이다. 그의 이중그림 화법이 이미 유명해졌고, 앤디 워홀의 그림 이미지가 중첩되면서 더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첫 번째 등장한 이야기 속 주인공 아리랑담배와 꽃과 여자 그림이다. 천박한 것을 가공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낸 것에서 낯설음과 낯익음의 이중성을 경험했고, 꽃과 나비를 이용해 착시를 만들고 이것을 통해 여자 이미지를 만들 때 원근과 순간적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환상에 매혹되었다. 개인적으로 그를 세계에 알린 이중그림보다 더 마음에 든다.

 

많이 이야기 중에서 ‘공무원 화가’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세계적인 작가 중에서 매일 작업실에 출근해서 작품을 꾸준히 써낸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낯선 화가의 세계에서 이런 사람을 제대로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그가 밤늦게 혹은 밤 세워 작업했다는 것보다 더 많이 공감하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 단순한 영감에 의한 일시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끈기 있고 열정적인 작업의 결과물이란 것을 더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작업하고 있는 사진을 보면 흔한 말로 그런 노가다가 없어 보일 정도다. 개인적으로 이 에세이가 자기계발서보다 더 효과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니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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