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시대 - 숲과 나무의 문화사 역사를 바꾼 물질 이야기 3
요아힘 라트카우 지음, 서정일 옮김 / 자연과생태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 주변에 너무 흔히 있어 그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공기와 물과 흙이다. 나무도 그렇다. 도로변에 심어진 은행나무나 학교나 집주변에 나무가 늘 보이다 보니 그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나무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려고 하면 그 가격에 놀란다. 원목을 이용한 것에는 더욱더. 그냥 흔해서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 나무가 제품으로 그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철거된 곳에 가면 나무들이 폐기물과 함께 실리거나 조각나 장작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풍경은 우리가 나무의 가치를 제대로 깨닫게 만드는데 장애가 된다. 역사 속에서 나무가 어떤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가졌는지 알게 되면서 나무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했다.

 

이 책은 나무와 관련된 광범위한 영역을 모두 다루지 않는다. 나무란 물질 자체의 영역 내 역사를 다루는 데 무게를 두면서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한다. 하나는 나무를 가공하고 사용한 기술적 과정, 두 번째는 나무의 예를 통해 환경과 자연자원이 사회사, 경제사와 어떻게 관련을 맺어왔는지 밝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목표는 조금 어려웠다. 기술적 과정이 머릿속으로 파고들지 못한 것이다. 반면에 두 번째 사회와 경제 분야는 유럽의 역사 속에서 나무와 숲이 어떤 가치를 가졌고, 관련되었고, 관리되었는지 알려주었다. 사회계층 각각의 입장과 위치에 따라 숲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차이나는지 보여줄 때 단순하게만 가지고 있던 숲과 나무에 대한 인식의 틀이 깨지기 시작했다.

 

많은 이야기 속에 귀족들의 사냥 애호는 그 당시 농민의 생존권과 충돌한다. 귀족들이 숲을 보호한 것은 자연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사냥하는 재미를 위해서다. 단순한 오락 때문이다. 반면에 농부들에게 숲은 자신들의 삶을 위한 터전이다. 숲이 많아지면 그들이 경작할 농지가 줄거나 숲에서 나온 동물들에 의해 농산물이 훼손당한다. 귀족과 농부의 이해가 충돌한다. 이것은 요즘 우리나라에 멧돼지가 출몰하면서 농지를 파헤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였다. 이런 귀족과의 충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분야 즉 제철소와 제염소와 유리공장 등과도 문제가 있었다. 이것은 나무의 가격이 오르고 나무 부족 문제가 나올 때마다 생긴다.

 

하나의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이것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 나무 가격 상승은 원목과 톱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그 조각들을 이용하는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나무의 특성을 이용해 합판, 파티클보드, 건축용 섬유판 등의 새로운 목재를 만들어내었다. 수백 년 전 나무 두께를 1밀리 단위로 잘랐다는 글에서 괜히 그 두께를 가늠해보기도 했다. 펄프를 통해 종이가 만들어진다는 정보는 이제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아직 그 가치를 제대로 깨닫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나무를 베기 위한 기술의 발전도 함께 다룬다. 그 나무를 가공하기 위한 도구의 발전도 같이.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구가 발전하면서 일의 속도가 빨라지고 손실이 줄었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업무 강도가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계속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점은 좀더 유심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문 분야의 역사를 다룰 때면 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온다. 이 책 속에도 많이 나온다. 그런데 이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다. 활엽수, 침엽수 논쟁이나 특정 품종에 대한 호불호나 비판도 시대의 변화와 과학 발전 등으로 변한다. 이것을 보면서 과연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의 시간을 다루는 분야에서 전문가란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회의적인 생각마저 생겼다. 뭐 이런 전문가가 다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지만 말이다. 목재산업과 임업, 나무의 활용도 등을 경제와 환경과 각 분야의 이익과 결합시킬 때 이것은 더욱 분명해진다. 이런 전문가가 만들어낸 패악을 말하라면 4대강이나 교육만 가지고도 엄청나게 나올 것이다.

 

저자가 다루는 숲과 나무는 유럽, 그중에서도 독일의 나무와 숲이다. 마지막 장에서 아시아의 나무를 다룬다. 그렇지만 여기서 다루는 것은 그 나라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현재의 상황에 더 충실하다. 간략하게 다루고 지나가는데 어느 부분에서는 앞에 길고 깊게 나온 정보보다 더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아마 인접국가고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 제대로 소화를 못시킨 책이다.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정보들만 머릿속에 맴돈다. 마지막으로 숲 관리에 대한 저자의 말을 인용한다. “역사로 눈을 돌려보면 숲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실제적 유익함을 얻은 경우는 당대에 나타나는 역사적 상황, 즉 새로운 기회의 상황에 눈을 돌려 가능했음을 알 수 있다.”(3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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