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레드 시간을 여행하는 소녀
케르스틴 기어 지음, 문항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같은 이름의 소설이 있다. 재간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혹시 하고 찾아보니 다른 소설이다. 부제로 시간을 여행하는 소녀가 붙어 있다. 부제를 보면서 생각난 것은 쓰쓰이 야스타카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란 소설이다. 같은 이름의 다른 책이 심리동화인 것을 생각하면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 나를 압박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지금 그 책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시간여행은 언제나 나의 관심사다. 시간여행을 다룬 소설들이 실제 나의 바람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 것을 생각하면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다. 그대로 이런 종류의 책은 시선을 끌고 목록에 항상 올려놓을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연작이다. 처음에는 몰랐다. 한편으로 완결되지만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여주인공이 등장하고 그녀가 가진 능력과 이 능력을 이용해 하나의 목적을 이루려는 사람들에 대한 기초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인지 앞부분은 사실 약간 지루한 부분도 있다. 10대 여학생의 일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웬돌린과 친구 레슬리의 대화는 그런 점이 더 강하다. 하지만 그웬돌린이 시간여행을 하고 새로운 사건이 펼쳐지면서 흡입력을 발휘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다음 편이 기대된다.

 

소설 속에서 시간여행자는 특별한 능력이고 극소수만 가진 능력이다. 사라진 두 사람 폴과 루시를 제외하면 모두 열두 명일 정도로 적다. 이들이 왜 크로노그래프를 가지고 다른 시간대로 도망갔는지 알려주지 않고 있는데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열쇠이자 재미를 줄 것 같다. 그리고 이 도구에 열두 명의 시간여행자 피가 모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가장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생제르맹 백작과 관련 있을 것 같다. 또 미래로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는 설정과도 연결될 것 같다. 이런 상상을 하는 재미가 이 소설에는 있다.

 

많은 판타지나 sf소설에서 유명한 철학자나 과학자를 이야기 속에 끌고 와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 이 소설에서는 뉴턴이다. 그가 계산한 것에 의해 열두 번째 시간여행자의 생일이 밝혀진다. 이 때문에 그웬돌린 친척들은 샬럿이 대상자일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딸이 이런 능력을 가지길 바라지 않은 엄마에 의해 그웬돌린의 생일이 하루 늦춰진다. 이 사실이 밝혀졌을 때 이 능력자를 보호하고 교육했던 사람들이 가졌을 의문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능력자가 바뀌지는 않는다. 이 사실은 앞으로 펼쳐질 다른 이야기와 함께 또 다른 재미를 줄 것 같다.

 

10대 소녀가 주인공이다 보니 소녀 감성이 곳곳에 묻어난다. 역사를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배우는 요즘 아이들의 삶도 그대로 녹여져 있다. 시간여행이 갑자기 오는데 그 시간대를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시간을 조정하는데 필요한 도구가 크로노그래프이다. 그리고 재미난 설정 중 하나가 자신이 살았던 시대로 갈 수 없다는 제약이다. 시간여행을 하는 시간은 겨우 3시간이다. 3시간이 지나면 과거에 있던 곳에서 현재로 넘어온다. 시간은 바뀌어도 장소는 그대로다. 이 부분은 중요한 설정 중 하나다. 그웬돌린의 엄마가 그녀가 시간여행자가 아니길 바라면서도 그녀를 파수꾼들에게 데리고 간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른 시간대로 간 그녀가 어떤 위험에 봉착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 걱정을 해소하는 것이 바로 크로노그래프다.

 

소설에 대한 감상을 적다보니 대부분 현재보다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가 더 많다. 아마 도입부란 설정 때문일 것이다. 기존의 시간여행과 다른 설정을 다루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약간 도식적인 부분이 있을 것 같은 것 중 하나가 그웬돌린과 다른 멋쟁이 시간여행자 기디언과의 로맨스다. 살짝 그 낌새를 드리우고 있다. 열두 명의 시간여행자 피를 크로노그래프에 모두 담으려는 현재의 파수꾼 및 시간여행자들과 이것을 막으려고 사라진 폴과 루시의 대결은 이제 시작이다. 이야기가 흡입력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펼쳐질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