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고백
조두진 지음 / 예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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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작가다. <도모유키>를 사놓은 지 몇 년이 되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손이 나가지 않았다. 한겨례문학상 수상작이라 산 것인데 왠지 모를 선입견과 감정 때문에 선뜻 읽지 못했다. 뭐 이런 책들이 한두 권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작가들은 머리 한 곳에 늘 자리를 잡고 신간이 나오면 다시 관심을 불러온다. 그러다 마주한 책 소개글 중 “우리의 기억 저편, 그 어두운 이면을 서늘하게 그린 소설집”이란 문장에 빠졌다. 심리추리소설의 그림자 한 자락을 보았다면 과한 표현일까? 가끔 단편이 장편보다 편한 경우가 있는데 이번 선택이 바로 그랬다.

 

모두 여섯 편이다. 개인적으로 앞의 네 편은 취향에 맞았고, 뒤 두 편은 왠지 산만하게 다가왔다. 읽을 때 집중도 차이가 이런 차이를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도 해본다. 사실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첫 번째 작품 <끼끗한 여자>와 <장인정신>이다. <끼끗한 여자>는 깨끗한 여자로 잘못 읽었지만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니 ‘끼끗하다’가 ‘생기가 있고 깨끗하다’란 의미가 있으니 완전히 다른 뜻은 아니다. 한 여자 연예인의 갑작스런 은퇴와 죽음을 다루고 있는데 마지막 반전이 섬뜩했다. 소문과 사실과 강박증이 교차하는 과정에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은 작가가 우리 연예계를 보는 시선 한자락을 볼 수 있다.

 

<장인정신>은 도박 그중에서 화투를 좋아하는 여자가 칼국수로 돈을 벌려고 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맛으로 소문난 골목구석 할머니 칼국수를 무려 108번이나 먹으면서 찾으려고 한 비법이 마지막에 드러날 때 이미 알고 있는 비법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맛의 획일화 혹은 우리 기억 속 어머니의 맛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보여줄 때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에 딸이 찾아와 맛있다고 말할 때 그녀도 엄마의 맛을 그렇게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함이 더해진다.

 

<시인의 탄생>은 열린 결말이다. 기억과 상처를 다루고 있는데 가장 미스터리한 전개를 보여준다. 한 여류 시인 정경숙의 시집 <시인의 탄생>이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고, 어린 시절 그녀를 잠시 만났던 현직 형사와 다시 만난 후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협회에 시인 이름을 올리고자 한 박 형사가 시와 과거 사건을 엮으면서 풀려나오는 기억과 기록들은 나의 시선에서 보면 잘 맞아떨어진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쓴 시가 대히트를 치면서 생긴 부작용과 과거에 대한 의문과 의혹은 장편으로 개작한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녀의 숨겨진 비밀과 과거를 더 충실하게 만들면서.

 

표제작 <진실한 고백>은 한 무기징역자의 고백을 다룬다. 그가 왜 감옥에 오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성장의 희생물은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실제 재미가 발생하는 것은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닐 것이란 것을 알고 읽는 독자의 심리다. 감방에 있으면 수십 수백 번은 더했을 이야기가 어떤 윤색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왔을까 추측하는 재미도 상당하다. 그 과장에 자신의 기억이 왜곡되었다는 사실조차 잊었을지 모른다는 추측도 해본다.

 

<이정희 선생님>은 제목을 읽으면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먼저 떠올랐다. 얼마 전 대선의 여파다. 하지만 소설은 한 중년이 초등학교 담임이었던 선생을 죽이려고 한 이유에 대한 것이다. 다 읽고 난 후 어떻게 그런 일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순간의 기억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변하게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쩌면 그의 기억도 자신의 감정에 의해 왜곡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은 그가 성장을 거부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감정의 기복과 반전이 없다는 부분이 흡입력을 떨어트린다.

 

<뻐꾸기를 보다>를 읽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작가가 있다. 성석제다. 한때 그의 열렬한 팬이었다. 물론 지금도. 이야기를 풀어내고 환상과 전설 같은 이야기를 엮어내는 것이 그를 떠올려준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거짓말이라고 말할 때 이미 뻥이란 느낌을 주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만들었던 댐이 사람과 호랑이 등을 몰아내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읽으면 산업화 현대화가 우리 삶을 얼마나 힘들게 만드는지, 감성을 메마르게 만드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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