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언어 아이들의 도전 - 이중언어 세대를 위한 언어교육 지침서
바바라 A. 바우어 지음, 박찬규 옮김 / 구름서재(다빈치기프트)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영어를 필요성을 그렇게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어를 할 경우 얻게 되는 수많은 장점에 대해 말한다. 변했다면 변한 것일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영어가 필요한 환경이 내 주변에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영어가 짧아도 해외 여행하는데 지장이 없고, 일상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다만 일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영어를 잘 했다면 아마도 나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길이 열렸을 것이다. 지금 내가 영어의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다. 쉽게 해외로 나갈 수 있고 인터넷 정보 대부분이 영어인 것을 생각하면 내가 자랄 때보다 그 필요성이 더 커진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과연 영어 조기 교육이 좋은가와 언제 영어 교육을 받아야 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다. 아마 영어를 포함한 제2언어를 배워야 하는 아이들을 뒀거나 둬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의문이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나는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고액의 영어 유치원 등을 배척하자는 주의다. 비용 대비 효과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영어로 인한 스트레스로 아이들이 병원에 다닌다는 이야기와 모국어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외국 선생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교육에 대한 나의 반감도 어느 정도 합쳐졌다. 그렇다면 실제 그럴까?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했는지 모른다.

 

책은 중요한 기본 전제 조건을 깔고 있다. 2개국 이상을 말하는 아이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자. 연구 과정에 연구자 아이들이 대상인 경우가 많았음을 감안하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 그것은 부모가 각각 다른 모국어를 사용하는 가정을 대부분 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전제 조건을 말한 후 연령별 효과를 연구하고 분석했는데 결론만 말하면 3세 이하가 가장 좋다고 한다. 아마 조기 교육을 찬성하는 부모라면 이 결과에 박수를 치면서 좋아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앞에 나온 전제 조건을 대부분 부모들은 잊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자신들이 아이들에게 두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가 하는 점 말이다.

 

두 개의 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힘든 일이다. 저자는 이것을 인정한다. 이 격차를 조금 줄이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두 개의 언어를 집 안팎에서 사용하고 이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지속적이어야 하고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어린 나이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국제결혼을 한 부부라면 이것이 상대적으로 쉬울지 모르지만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는 부부라면 어떨까? 분명 쉽지 않다. 그 대안 중 하나가 영어 유치원이지만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한계 나이로 다루고 있는 6세 이하는 나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든다. 우리 나이로 말하면 초등학교 입학 바로 전이나 1학년 정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 가면 조기 교육의 실패도 말한다. 그 대안 중 하나가 캐나다의 몰입교육이다. 이 몰입교육 방식은 전체 혹은 일부 과목을 외국어로 수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것은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모두 대상이 된다. 이 교육 방식이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의 영어 교육을 다시 한 번 더 검토해봐야 할 부분이다. 물론 이것이 예산이나 상황 등의 문제로 쉽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특별히 영어를 공부하지 않으면 외국에서 영어 한 마디 못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의미있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관심이 간 부분이다.

 

이제 국제화니 세계화니 하는 용어를 넘어 다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기본처럼 변해가고 있다. 물론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내 주변 환경이 영어 등을 기본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불편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모국어가 중요하고 미래의 비즈니스 시장에선 분명 영어 외의 언어와 문화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앞서갈 것이라고. 그리고 조기 영어 교육을 시키거나 초등학생을 영어 학원에 보내려는 부모라면 나이가 아니라 환경과 지속성 등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머릿속에 담아둬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를 덧붙이자면 우리가 어떻게 한국어를 배웠는지 되돌아보면 수많은 연습과 노력과 가족 등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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