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씨네 가족
케빈 윌슨 지음, 오세원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이들을 가족이라 부를 수 있을까? 혈연관계는 분명하지만 그들이 살아온 여정을 생각하면 그렇다고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왜냐고? 책을 읽으면 쉽게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몇 개의 예만 들어도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요즘 인기 있는 TV프로그램 <안녕하세요>의 마니아라면 ‘그럴 수도 있지’하고 쿨하게 말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난 다음에는 그들도 ‘어떻게 이런 가족이 존재할 수 있을까’와 ‘가족이 아니다’라는 나의 의견에 좀더 귀를 기울일 것이다.
 
펭씨 부부는 극단적인 행위예술가다. 그들이 만들어낸 어떤 장면을 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몰래카메라다. 하지만 단지 이런 상황을 보고 기록하는 것에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자신들과 아이 A와 아이 B 두 아이를 이 행위예술(?)에 참여시키면서 자신들이 예상한 혹은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이 해프닝은 아주 간단한 것에서 시작하여 극단적으로 위험한 것이나 인생을 바꾸는 것 같은 것으로까지 발전한다. 예술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이들의 결혼이 어떻게 해서 이루어졌는지 보여주는 장에서조차 행위예술은 멈추지 않는다. 정말 대단하다.
 
정상적이지 않은 부모 아래에서 자란 두 아이는 어떻게 될까? 아마 그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살고자 할 것이다. 그래서 누나 아이 A 애니와 동생 아이 B 버스터가 떠난다. 그녀는 연기를 좋아하고 어느 정도 인정받고 인기 있는 배우다. 하지만 감독과의 충돌로 인해 상의 노출을 하고 이 때문에 하나의 가십거리로 전락한다. 이 전락은 성공한 여배우에서 다시 아이 A로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반면에 동생인 버스터는 소설가에 자유기고가다. 소설은 성공하지 못했고 감자총 기사를 쓰기 위해 간 곳에서 감자총에 맞아 얼굴이 박살난다. 돈까지 없다. 마지막 선택으로 집으로 간다. 아이 B가 된다.
 
이 둘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부모들의 감각이 예전 같지 않다. 무료 쿠폰을 통해 기대했던 상황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시도가 무참하게 실패한다. 이 때문에 오히려 자식들에게 위로받는 지경으로 변한다. 이 변화는 소설 구성에도 변화를 준다. 이전까지 두 아이와 가족을 설명하기 위한 펭씨 부부의 작품들이 연도순에서 이야기와의 유기적인 설명으로 바뀐다. 그리고 부모가 실종된다. 그들이 사라진 곳에는 자동차와 피가 남아있다. 지역 경찰이 그들에게 전화했을 때 이 둘이 보인 반응은 사고가 아니라 또 하나의 행위예술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언제 다시 나타나 사람들의 반응을 즐길지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종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안해진다. 부모를 찾기 위한 남매의 추리가 시작된다.
 
실종으로 인한 과거 추적은 펭씨 가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된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작품을 해왔고 얼마나 그 예술이 위험한지도 같이 보여준다. 정말 못 말릴 부부다. 예술을 위해서라면 총까지 쏠 정도니 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정말 대단한 것은 몇 년을 준비한 대작이다. 과연 이것이 예술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이런 엄마 아빠 아래에서 정상적으로 자란다는 사실 불가능하다. 그들이 상처받고 그 집을 떠난 것은 어쩌면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물론 이 가족들의 협업으로 인한 유대감과 행복감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엽기적이란 단어를 사용할 정도의 가족이야기이다 보니 가독성이 좋다. 재미있다. 하지만 이 재미는 예술이란 이름 아래 두 아이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래서 불편하다. 이것은 몰래카메라를 보면서 그 상황이 만들어내는 장면에서 반사적으로 웃게 되지만 그 때문에 남게 되는 불편함과 비슷하다. 또 이 소설은 두 아이의 성장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부모의 그늘에서 실제 벗어나는 과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상처를 씻어내고 진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술이 얼마나 쉽거나 또는 얼마나 어렵고 난해하고 기이한지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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