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잉잉 1
황준호 지음, 수연 그림 / 애니북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잉여인간에 대한 유쾌한 만화다. 시작은 27살 3학년 복학생이 프레젠테이션 도중에 똥을 싸면서부터다.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엄청난 부끄러움과 놀림과 시선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학업을 포기하면 책 속에 나오는 대사처럼 어떻게 취직하고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뭐 이런 고민은 나중 문제고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사건으로 주인공 황준호가 학교에 갈 마음이 없고 이 때문에 똥싼 팬티를 빨다가 괴상한 일을 만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눈물, 콧물, 침, 똥물 등이 어우러지고 간절한 소망이 엮이면서 신들을 소환한 것이다. 그런데 이 신들 별 능력이 없다. 바로 여기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한다.

 

만화는 곳곳에 패러디가 넘쳐난다. 소환이란 의식을 통해 현세에 나온 신들의 모습부터 패러디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능력은 전혀 신 같지 않다. 이름부터 평범하거나 패러디고 자신들을 인간성의 신이라고 부른다. 신의 권능이라 마법을 부려 주인공을 멋지게 도와주기는커녕 민폐만 끼친다. 물론 이 과정에도 곳곳에 패러디는 배치된다. 이런 신들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최소한 그들은 친구도 없이 학교를 다니고 바지에 똥 쌀 정도로 무력한 그의 곁에서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나아간다. 가끔은 혹은 자주 잘못된 방향으로 그를 인도하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순간도 많지만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그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다. 우리가 받은 교육이 그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나의 시선이 다른 사람을 통해 되돌아오면서 이것을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좋은 친구라도 있다면 고민을 상담하고 무게를 나누겠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조차도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되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힘으로 이 모든 어려움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데 이 때문에 우리가 겪는 모든 문제가 개인의 것으로 축소되고 변질된다. 뭐 이 만화가 거기까지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제목이 우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과 함께 잉여의 의미도 품고 있다. 주인공의 삶이 실제 이런데 혹시 작가 이름과 같은 것처럼 그의 삶도 이랬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살짝 생긴다. 책 속에 아니라고 하지만 한 번 생긴 의심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그리고 이 만화는 엽기와 로맨스가 결합되어 있다. 똥과 인간성의 신들이란 존재가 만들어내는 상황극과 진행은 엽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지연에 대한 마음과 행동은 로맨스의 그것이다. 그녀가 준호에게 보여주는 착한 행동은 오해를 사기 딱 좋고 이 때문에 라이벌도 생긴다. 전형적인 로맨스의 삼각관계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나면서 이 만화가 어떤 만화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몇몇 반전이나 예상하지 못한 캐릭터들의 돌출행동이 뻔한 결말을 살짝 비틀지만 그 기본 흐름은 뻔하다. 그 과정을 어떻게 꾸미고 재미나게 이어가느냐 하는 것인데 이 틈을 채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패러디다. 정확하게 어디서 가져왔는지 아는 것은 몇 없지만 그 장면들을 만나면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된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무겁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뻔한 대사지만 그 뻔함이 뻔한 설정과 어우러져 이어질 때 재미있었다. 제목처럼 마음먹기가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마음먹은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더 어려운 현실을 생각할 때 잉여인간의 활약은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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