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이펙트 - 세계적인 인문학자가 밝히는 서구문화의 근원 10 그레이트 이펙트 2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김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읽지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보거나 들은 것만으로 읽은 것 같은 책들 중 한 권이 바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다. 부정확한 기억력에 의지하면 원작을 읽은 적은 없지만 요약본이나 이야기로 풀어낸 것을 읽은 것은 기억난다. 그것은 아마 <오디세이아>일 것이다. 학창시절 멋도 모르고 그냥 유명하다는 말에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읽은 적 있다. 자랑처럼 말하지만 사실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가끔 소설이나 다른 책에서 이 작품을 극찬하고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볼 때면 늘 부럽고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이런 기억 속에 오디세이아는 남아 있지만 아킬레우스를 다루는 <일리아스>는 그렇게 많지 않다. 아킬레스근을 말할 때를 제외하면 더욱.

 

망구엘의 책을 처음 읽는다. 그의 유명세를 생각하면 조금 의외다. 세계적인 인문학자란 소개를 들었지만 왠지 손이 가질 않았다. 어려울 것이란 짐작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언젠가 꼭 한 번은 읽어야지 마음 먹고 있던 두 책에 대한 해설서란 것에 눈길이 갔다. 원작을 먼저 읽어야 하지만 출간된 책들을 보면 과연 어떤 책이 제대로 된 번역인지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기대가 망구엘이란 유명한 인문학자를 통해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란 환상을 만든 모양이다. 그리고 소설처럼 번역된 책과 서사시로 번역된 것들로 나누어져 있는 현실을 생각하고 좀더 정확한 번역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만든다. 뭐 이 시간에 책을 사서 읽으면 더 좋았겠지만.

 

호메로스 혹은 호머로 불리는 그(녀)에 대한 수많은 가정은 생략하자. 저자는 이 작품들이 한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문헌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 이것을 맡겨두고 왜 이 책이 서양문학사를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지 들어보자. 저자를 통해 흘러나오는 수많은 이야기와 자료는 지금까지 이 두 작품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을 단숨에 깨트린다. 단순히 고전으로 알고 있던 이 작품들이 서양문학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끼치고 있는지 보여줄 때 감히 성서와 그리스 로마 신화 옆에 놓아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런 영향력 때문에 영국 출판사 애틀랜틱북스에서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오늘날의 세계를 이루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명저 10권 중 한 권으로 꼽은 모양이다. 참고로 <성서>와 <종의 기원>과 <꾸란>도 그 중 한 권이다.

 

모두 22장을 구성되어 있다. 이 구성은 기본적으로 시간 순이다. 1장이 두 작품에 대한 줄거리를 다룬다면 2장은 호메로스의 실존을 묻는다. 이후 이어지는 각 장은 철학자, 시인, 기독교. 이슬람, 단테 등을 거쳐 현대까지 이른다. 이 과정 속에서 이 작품들이 어떻게 해석되어지고, 읽혔고, 영향력을 행사했고, 하고 있는지 하나씩 밝혀낸다. 한 마디로 대단하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해 익숙하지도 않고 제대로 읽은 적도 없는 나에게는 너무 낯선 정보들이다. 단순히 정보만 나열된 것이 아니다. 시간과 인물들을 하나로 엮어서 분석하고 깊숙이 파고들어 한 발 더 다가가게 만든다. 이 정보와 지식은 너무 대단해서 나의 지력이 따라가질 못한다. 아쉽다.

 

하나의 좋은 작품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발견하게 되는 즐거움은 상당하다. 늘 그렇듯이 좋은 작품은 독자에 의해 다양하게 읽히고 분석되고 이해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중들에게 읽히는 것들은 충분히 납득할 자료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리고 서양의 교육 과정 속에서 이 두 작품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게 될 때 이 이해도는 더욱 높아진다. 동시에 우리의 교육을 돌아보게 된다. 과연 나는 어떤 문학과 함께 시작했을까? 잘 기억나지 않는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전문적으로 파고들고 다양한 문헌을 인용하면서 나아가기에 좀 힘들게 읽었다. 많은 정보와 지식 덕분에 아직도 그 핵심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저자와 함께 이 시리즈에 관심이 간다. 나의 인식의 폭과 깊이를 더 넓고 깊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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