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죽이기
아멜리 노통브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어느 소설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노통브가 동화를 새롭게 해석해서 쓴 소설이 있다. 그것처럼 이번 소설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새롭게 풀어내었다. 제목부터 자극적이면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연상시킨다. 물론 여기서 아버지 죽이기는 실제 살인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아기를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성장 단계를 말한다. 실제 중편 정도의 분량에 작가는 기존의 콤플렉스를 비틀어 놓는다. 마지막 장면은 반전으로 다가오는데 어떻게 보면 굉장히 섬뜩하다.

 

시작은 노통브가 클럽 릴레갈 개업 10주년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으로 몰래 들어가면서다. 이날 밤은 전 세계 마술사들이 클럽에 왔다. 그녀는 마술사들이 속임수를 쓰지 않는 포커 치는 것을 본다. 그런데 이 느긋한 밤에 여유를 즐기지 못하는 두 남자가 있다. 한 명은 서른 살쯤 되었고 다른 한 명은 쉰 살 정도로 보였다. 젊은 쪽은 포커를 이기고 있었는데 이름은 조 위프고, 다른 인물은 노먼 테런스다. 이 둘은 모두 미국의 위대한 마술사다. 이 이상한 모습을 본 그녀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자 누군가가 이 둘의 이야기를 꺼낸다. 소설은 여기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조 위프는 엄마와 단 둘이 산다. 그에게는 아버지가 없다. 엄마는 아버지가 자신들을 버렸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누가 진짜 아버지인지 모른다. 열네 살. 한창 민감할 그 나이에 그는 누구도 오래 머물지 못한 엄마의 남자 친구가 오랫동안 머물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집에서 쫓겨난다. 한 달에 천 달러를 받고 그는 집을 나온다. 그는 학교도 다니지 않고 다른 것에도 별 관심이 없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마술이다. 그는 마술사가 되기 위해 비디오와 책을 통해 혼자 공부하고 연습한다. 아르바이트로 바에서 카드 마술을 한다. 팁은 그의 주요 수입원이다. 이런 그에게 한 남자가 다가온다. 그는 조가 살고 있는 도시 리노가 위대한 마술사들의 도시라고 말하면서 한 마술사를 추천한다. 그가 바로 노먼이다.

 

노먼의 집을 찾아간 그가 한 것은 선생이 되어달라는 것이다. 한 번도 제자를 둔 적이 없는 노먼은 당연히 거절한다. 하지만 이제 열다섯이 된 소년은 재능 가득하고 불우한 과거사가 있다. 노먼은 여자 친구 크리스티나에게 말하고 조를 제자로 삼는다. 이 선택이 처음에는 제자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버지와 아들과 같은 관계로 조금씩 변한다. 여기에 크리스티나가 조의 환상이 되면서 본격적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흘러간다. 환상은 순수함으로 시작하고 열정과 열망으로 가득하다. 이 순수함이 인내의 시간을 거치면서 조금씩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한다.

 

소설은 조와 노먼, 조와 크리스티나, 노먼과 크리스티나 등의 구조로 진행된다. 조와 노먼의 관계는 아들과 아버지로 간략하게 규정할 수 있지만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흔히 말하는 아버지 죽이기는 노먼의 시각에서 비롯된 착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뒤로 가면서 이 둘의 관계가 어떤 것이었는지 다시금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은 첫 부분에서 왜 그렇게 이상한 분위기를 보여주었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착각으로 인한 아버지 죽이기는 반전처럼 이어지면서 새로운 집착과 광기를 만든다. 이 일련의 과정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란 심리학 용어에 완전히 빠져들었을 때 일어난다. 미스터리 소설이라면 반전을 위한 반칙이라고 말하겠지만 이 소설은 이 반칙 때문에 새로운 힘을 얻게 되고 고민이 깊어진다. 멋진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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