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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손
존 어빙 지음, 이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존 어빙의 소설을 처음 읽는다. 집에 있는 그의 다른 소설을 생각하면 의외다. 다른 책 본다고 바빠서 그런 것도 있지만 왠지 쉽게 읽히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더 강했다. 가끔 이 작가의 소설 평을 읽으면 재미있다는 글이 올라오는데 그래도 늘 두툼한 분량이 쉽게 손을 뻗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에 읽은 이 책은 왜 사람들이 그를 높이 평가하게 되었는지 살짝 맛을 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구성이나 전개를 보면서 한때 너무나도 열중했던 폴 오스터가 떠올랐다. 이 둘의 연관성을 섬세하고 꼼꼼하게 따진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잘 생겼지만 결코 모험을 하지 않고 오는 여자를 절대 막지 않는 매력적인 뉴욕 방송기자 패트릭 월링퍼드는 인도에서 한 서커스 취재 중 사자에게 왼손을 잃게 된다. 이 영상이 전세계를 떠돌면서 ' 사자사나이'나 ‘재앙맨’으로 불린다. 그 전에도 그의 매력에 빠진 수많은 여자들 때문에 방종한 생활을 했었다. 모험심이 없어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 사건은 결국 새로운 손을 붙이는 수술로 이어지게 되고, 그 손 주인의 아내가 바라서 임신시키고 그 후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약간 황당한 설정과 전개인 것 같은데 사실 이 설정이 그렇게 강한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그것은 패트릭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사연이 세밀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 사연과 감정을 하나씩 설명하면서 관계를 이어가는 구성이 어떻게 보면 복잡할 수도 있지만 삶의 미묘함과 기묘함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전혀 관계없던 사람이 어떻게 연결되고, 이전 관계는 또 어떻게 추억되는지 보여줄 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렇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 삶 속의 만남과 헤어짐과 그리움과 아픔과 사랑 등이 하나씩 풀려나온다.

이 소설이 매력적인 주인공의 성적 활약만 다루었다면 재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남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작가는 패트릭의 직업을 통해 현재 미디어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한다. 자극적인 정보와 앞뒤 연관성 없는 뉴스만 방송하는 것이다. ‘맥락의 부재’인데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상당히 양호한 것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고? 그것은 허위나 과장 홍보 등을 아무 검증 없이 내보내고 아주 가끔은 혹은 자주 왜곡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언론이 사실만 보고해도 이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을 때 느낀 것과 비슷한 정도로 패트릭이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뭐 소설만 봐서는 이 정도가 아니겠지만.

‘맥락의 부재’가 패트릭을 직업적으로 힘들게 한다면 네 번째 손의 주인인 도리스는 감정적으로 어렵게 만든다. 그 감정은 사랑이다. 그녀는 바로 패트릭의 왼손에 이식된 기증자의 아내다. 또 그와 섹스를 해서 작은 오토를 낳은 어머니기도 하다. 제목의 의미를 거의 끝부분에 말해줄 때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이 겪는 감정의 흐름들이 가슴 한 곳에 콕 박힌다. 물론 중간중간 문화 차이인지 아니면 과장된 것인지 잘 모를 상황들이 등장한다. 아이에 집착하는 여자들, 무분별한 섹스 등등. 하지만 이런 설정이나 장면이 세상에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 책보다 더 무시무시하고 코믹하고 황당한 경우가 많은 요즘에 말이다. 저자는 이 소설의 설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만약에’라는 가정 속에서 썼다고 한다. 앞으로 이 작가의 더 많은 소설을 읽는다면 호불호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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