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처럼 비웃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5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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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깔아놓은 미묘한 문장에 완전히 속았다. 아니 내가 잘못 읽은 탓이 더 크다. 범인의 정체가 밝혀진 후 작가의 말과 다르지 않느냐하고 생각했는데 다시 찾아서 읽어보니 서툰 나의 실수가 눈에 들어온다. 덕분에 나의 범인 찾기는 완전히 딴 곳 보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뭐 이렇게 독자를 잘 속이는 작가가 좋은 작가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반전 혹은 가설의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마지막에 도달하는 것은 조금 아쉽다. 또 다른 사실과 반전이라는 부분에 주목한다면 다르겠지만 그래도 개인 취향을 조금은 탄다.

전작처럼 괴담과 관련하여 이야기가 진행된다. 괴담의 시작은 고키 가의 넷째 아들 노부요시의 수기부터다. 하도 삼산의 성인 참배를 위해 산을 오르기로 한 노부요시의 하룻밤 경험담이 중심에 있다. 그는 아버지와 형들에 대한 반감 혹은 열등감 휩싸여 있다. 이 감정을 조금은 떨쳐버리기 위해 성인 참배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는 어릴 때부터 산과 친하지 않았고, 산을 오르락내리락 한 경험도 적다. 다만 할머니를 통해 들은 괴담은 풍부했다. 이 풍부한 괴담의 기억이 그의 산행을 알 수 없는 공포와 미신의 늪으로 빠트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모든 사건의 핵심에 다가갔다는 것도 역시.

도조 겐야가 하도로 온 것은 노부요시의 수기 때문이다. 이 수기에 실린 산마가 괴담 수집가인 그를 자극했다. 부름산에서 일어난 다쓰이치 일가의 밀실사건도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사건 이전에 잠시 산마 전설 때문에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전에는 단지 선배와 함께 괴담을 수집하러 온 것이고 지금은 괴담의 중심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은 구마도 여섯 지장 동요의 재현이자 공포에 깊이를 더하는 작업이다. 왜 이런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되짚어보면 작가가 여기저기 깔아놓은 복선의 힘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모든 사건은 부름산과 관계있다. 다쓰이치 일가의 묘한 실종과 금맥과 관련된 과거 이야기는 부름산 산마 전설과 여섯 지장 동요와 엮이면서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형성한다. 너무 흔하게 다루어지는 밀실이지만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이 밀실사건은 밀실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들고, 또 다른 트릭과 연결된다. 어디서 그 정확한 흐름을 내가 놓친 것인지는 모르지만 기발하면서 어리둥절한 트릭이다. 잘못된 출발에서 시작한 나의 착각이 제대로 범인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고 그 유명한 홈즈의 추리방법을 잊게 만들었다. 그러니 범인 찾기는커녕 연쇄살인의 동기조차 제대로 파악 못한 것이다.

전작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에서 도조 겐야가 잠시 등장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처음부터 등장한다. 이런 구성은 이전에 긴다이치 시리즈에서도 잠시 만난 적이 있다. 민속학과 미스터리의 연결이라는 부분에서 요코미조 세이시의 흔적이 보이는데 어디까지 그의 영향력이 이어져있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등장한 겐야는 많은 탐정소설의 주인공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바로 범인은 찾아내지만 연쇄살인사건은 완전히 막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와 트릭과 인간관계를 만든 것은 분명히 다음 작품에서 멋지게 활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도조 가문 이야기는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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