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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위정훈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참으로 원론적인 물음이다. 이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그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 출발한다. 그는 클라우제비츠를 천재라고 부르면서 <전쟁론>에는 풀어야 하는 암호문이 있다고 말한다. 암호라는 단어에 순간 머리가 아파온다. 그리고 저자는 놀라운 작업을 보여준다. 그것은 47장의 분쟁지도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8월 15일 다음 날부터 시작되는데 놀라운 정보를 제공한다. 이 분쟁지도는 전 세계의 분쟁을 연도별로 지도 위에 기록한 것인데 이렇게 많은 나라가 한 해도 빠짐없이 분란을 겪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 책의 가치를 더 높여주는 것이 바로 이 분쟁지도이기도 하다.
왜 전쟁을 할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욕심 때문이다. 개인의 욕심들이 모인다고 전쟁이 일어날까? 나의 욕심이 다른 사람들의 욕심과 충돌한다고 전쟁이 일어날까?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극단의 상황인 전쟁 전에 멈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저자는 클라우제비츠의 암호문을 해독한 최후의 답으로 ‘개인적 의지’를 꼽는다. 물론 이 개인적 의지는 나 개인의 것이 아니다. 수많은 정치가와 군인의 개인적인 의지에 따른 결과물이란 것이다. 맞다.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히 정치가와 군인이다. 그렇다면 이 손가락을 조종하는 것은 누굴까? 이 부분에 대해 저자는 의도적인지는 모르지만 무시하고 있다.
손가락을 움직인 주체는 누군가에 대한 것은 논외로 하고 저자가 말하는 정치가와 군인에 대해 말해보자. 이것을 위해 먼저 재래식 전쟁 무기와 화학무기 및 핵무기 등의 새로운 전쟁 무기와 어둠 속에서 세계를 움직였던 두 거대 조직 CIA, KGB 등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 두 조직이 전 세계를 무대로 어떤 음모와 분쟁을 일으켰는지는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유명한 이야기 속에서도 알지 못했던 몇 가지가 나와 다시 한 번 더 놀란다. 이 책이 출간된 연도를 생각하면 이런 사살을 몰랐다는 것에 내가 오히려 놀랄 정도다.
CIA나 KGB의 음모 외에도 놀랐던 것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생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생화학무기하면 먼저 베트남 고엽제 등이 먼저 떠오르는데 훨씬 이전에 우리나라에 이미 사용되었다. 그 원천 자료는 그 유명한 731 부대의 것이다. 전후 전범 재판에서 관동군 마지막 사령관 야마다 오토조가 731부대의 실험을 자백하자 미군 측에서 이 증언을 부정했다. 뭔가 더러운 뒷거래가 있은 것이다. 이런 무기를 가진 자라면 당연히 사용하려고 할 것이고 한국전쟁에서 이 무기가 사용되었다. 이 논리 구조가 바로 저자가 말한 개인적 의지의 일부란 것이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전쟁은 다른 수단을 갖고 하는 정치의 연속이다.”, “전쟁이란, 나의 의지 달성을 적에게 강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실력행사이다.” (220쪽) 란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와 전쟁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 정치와 같은 상부구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이 때문에 개인적 의지가 전쟁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원전으로 <전쟁론>을 선택했고, 이 고전이 끼친 영향력을 역사상 유명인물로 하다 보니 이런 개인적 의지는 더 부각된다. 일정 부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고전이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히틀러 등에게 끼친 영향력을 생각하면 그냥 지나갈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쟁이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개인적 의지의 총합이 전쟁이라면 어떨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개인적 의지의 총합을 이루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답을 저자는 보여주지 않는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단순하게 답할 수 없는 복잡한 요인들이 뒤섞여 있는 경우도 많다. 이 깊이까지 파고들지 않은 것은 사실 안타깝다. 저자가 전쟁을 왜 하는가에 대해 답을 낸 것에 일부분만 동의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리고 저자는 분쟁지도를 만들면서 전쟁과 분쟁을 같이 표시했다. 의지의 충돌이란 측면에서는 동의할 수 있지만 분쟁과 전쟁은 분명 다르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분쟁으로 표기한 부분과 일본의 그 극렬했던 전공투를 생략한 부분은 두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의문이 생긴다. 클라우제비츠에 대한 평가도 앞과 뒤가 다른데 솔직히 너무 급변했기에 놀랐다. 자세한 설명이 생략된 느낌이랄까? 아니면 잘못 이해한 것인가? 이런 의문과 부분 동의에도 불구하고 47장의 분쟁지도와 새로운 정보들과 분석은 충분히 읽을 가치를 설명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