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마르셀 로젠바흐 & 홀거 슈타르크 지음, 박규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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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기 위해 인터넷 서점으로 책 제목을 검색하니 두 권이 나온다. 그 중 한 권은 당연히 이 책이고, 다른 한 권은 어산지와 결별했고 한때 위키리크스의 2인자였던 다니엘 돔샤이트 베르크의 책이다. 어느 쪽이 더 정확한 위키리크스의 정보를 제공하는지는 사실 판단하기 쉽지 않다. 한 권은 내부자의 책이고, 다른 쪽은 위키리크스와 같이 작업을 한 적이 있는 <슈피겔>의 기자들이기 때문이다. 또 두 작가들이 어떤 목적으로 책을 썼는지도 감안해야 하는 사항이다. 다른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판단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위키리크스와 어산지에 대해 좀더 객관적인 자료를 원한다면 이 책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키리크스에 대한 수많은 뉴스가 나왔지만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그 파장을 우리나라 언론에서 큰 비중을 두고 다루지 않았기에 잘 몰랐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네이버 검색으로 위키리크스를 치니 뉴스가 겨우 6천 건 정도 검색된다. 위키리크스가 지구촌에 불러온 파장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적다. 우리와 관련 없는 정보가 많기에 이런 차이가 발생했는지 아니면 의도적인 회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구글 검색에 비해 너무 적다. 특히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아랍혁명에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도 아랍혁명을 이들과 연결해서 말한 아는 분 때문이지만.

처음 위키리크스에 대해 잘 모를 때 이 폭로를 격렬하게 비판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주장은 국가의 일에는 비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비밀주의를 싫어한다. 사적영역이 아닌 공적영역에서는 특히 그렇다. 이때만 해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정보가 어떤 것인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몰랐다. 아니 많이 혹은 중요하게 언론에서 다루지 않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 웹사이트가 끼친 영향을 여기저기서 듣다보니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이런 나의 관심에 대한 조그마한 화답이자 더 많은 의문을 남겼다. 

흔히 우리는 ‘모르는 게 나았다’는 말을 한다. 진실을 알게 되면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와 충격과 고통 때문이다. ‘모르고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같은 말도 이런 맥락에서 생긴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아픔이 현재와 미래에 크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분명하고 투명하게 말이다. 물론 여기엔 하나의 전제조건이 있다. 우리사회의 성숙된 인식과 행동이다. 하지만 이 전제조건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나의 착각과 의문이 지금 현재는 넘어갈 수 있지만 미래엔 또 다른 불씨를 남기고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치명적인 아픔을 주는 진실이란 말에 동의한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정보들은 사실 치명적이다. 나처럼 국제정세나 정보에 무지한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세상은 다르다. 그들이 폭로한 정보가 기밀이고, 숨기고 싶은 비밀이자 그들의 치부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거대제국 미국이 이 사이트 하나를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우렸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어산지의 죽음을 외쳤고, 국가 차원에서 각 나라와 업체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유일의 강대국 미국이 말이다. 책 곳곳에 나오는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에 대한 분노는 반대로 그들의 위상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재미있는 부분이자 흥미로운 점이다.

두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의 설립과 성장과 현재다. 어산지의 어린 시절과 해커활동은 그를 이해하는데 기초를 제공한다. 그가 위키리크스를 만든 후 현재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보여주는 대목들은 수많은 협력자와 폭로된 정보와 이에 대한 반응들 때문에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특히 두 저자가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사실에 집중하려고 한 부분들은 어산지를 냉정하게 평가하게 만든다. 물론 이런 그들의 기술이 자신들의 입장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저널리즘의 광범위한 실패의 두 원인으로 기회주의와 돈을 꼽는 순간 객관적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위키리크스의 성공 중 하나가 정보를 폭로하고 이에 대한 각 정보기관들의 대응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정말 모든 것을 까발리고 그들이 폭로한 정보에 대한 제한 요청이나 법원 소송까지 이용하는 것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것들이 매체를 통해서 혹은 트위터 같은 수단을 통해 전파되고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급속하게 변하는 세상의 한 모습을 본다. 그리고 위키리크스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의 상반된 평가는 머릿속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그들의 폭로가 너무나도 원초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영역으로 갈 때는 더욱.

저자들도 밝혔듯이 어산지의 전기를 다루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위키리크스에 관심이 있다면 무엇보다 어산지를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산지를 중심으로 위키리크스를 다룬다. 어산지가 어느 정도 비중인지는 그의 말로도 알 수 있다. “위키리크스는 매우 안정된 조직입니다. 우리를 제거하기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예요. 하지만 저를 개인적으로 배제시키는 건 어렵지 않아요. 그게 우리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376쪽) 이 말은 위키리크스의 현재 위치와 불안을 동시에 보여준다. 또 위키리크스에서 어산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이 보여준다. 이것은 앞으로 어산지의 행보를 계속 주시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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