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나이트 Nobless Club 23
김이환 지음 / 로크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드디어 김이환의 장편 소설을 읽었다. 김이환이란 이름을 기억하게 된 것이 어느 카페에서 그의 소설 중 하나(아마도 <양말 줍는 소년>)를 극찬한 것을 본 순간이다. 그런데 그의 단편을 보면서 느낀 것은 과연 그런 극찬을 받을 만한가 하는 의문이었다. 몇 권의 장편을 사놓고 아직 읽지 않은 것도 바로 그런 의문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의문만 품고 있을 수는 없다. 노블레스 클럽의 스물세 번째로 나온 이번 <뱀파이어 나이트>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길게 말할 것 없이 결론부터 말하자. 재미는 있지만 완성도는 부족하다. 독자를 압도하는 매력이 없어 신나게 읽을지는 모르지만 아! 하는 감탄사를 터트릴 정도는 아니다. 그가 설정한 세계와 인물 등이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뱀파이어가 외계인이란 설정은 이미 영화(이놈의 저질 기억력은 늘 제때 그것을 떠올려주지 못한다) 속에서 한 번 등장한 적이 있고, 뱀파이어 여왕의 강력한 힘과 영향력과 두려움은 일본 판타지 소설 <뱀파이어 헌터 D>의 한 대목을 연상시킨다. 그럼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나 오시이 마모루의 <블러드 라스트 뱀파이어> 같은 깊이 있는 철학이나 세계관을 보여주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뱀파이어들이 자신들의 특별한 능력으로 경제를 지배한다는 조금은 비슷한 세계를 보여주는 홍정훈의 <월야환담> 시리즈보다도 오락성이 더 떨어진다. 그렇다면 아주 졸작인가? 아니다.

앞에서 이 작품에 대해 부족한 점을 널어놓았는데 분명히 장점이 있다. 먼저 연작 소설 형태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고 나가는 것이다.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중심으로 짧게 마무리하면서 이야기를 각각 다른 방식과 분위기로 이어간다. 이 세계에 대한 설정을 앞에서 조금 내려 보았는데 이것은 다른 걸작 판타지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지 아주 허술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장르문학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등장인물의 개성이다. 맥스 리펜키와 그의 몸속에 심어진 인공지능나노로봇 데이비드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뭐 이런 것들이 있나 하는 의문을 품을 정도로 개성이 강하다. 특히 맥스가 데이비드와의 대화를 중얼거릴 때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눈에 잡힐 듯하다. 이 둘의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은 약간 과격하고 잔인할 수 있는 장면에 웃음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뱀파이어 소설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잘 쓴 뱀파이어 소설이다.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영화의 이미지가 강할 때 보아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 첫 권인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또한 영화로 먼저 보면서 반감되었다. 아마 그때 헌책방에서 뱀파이어 연대기 두 번째 시리즈인 <뱀파이어 레스타>를 구해 읽지 않았다면 아주 좋은 작가 한 명을 놓쳤을 것이다. 다른 글에서도 썼지만 그녀가 기독교에 빠지면서 그녀가 창조한 멋진 캐릭터들이 이제 사라진 것은 열렬한 팬으로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야기가 갑자기 다른 쪽으로 흘러갔는데 이 소설에서 그 정도의 재미와 완성도를 기대한 것은 물론 아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지만 한 번도 장편을 읽지 않은 작가의 신작과 뱀파이어 이야기란 것 때문에 읽었다. 그가 보여준 상상력이 기존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낸 것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독창적인 이야기(이 부분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무겁고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책이 지겨울 때 가볍게 펼쳐들고 단숨에 읽기엔 좋은 책이다. 물론 이런 장르문학을 싫어한다면 다른 문제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